자유한국당 당권주자인 안상수(왼쪽부터)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주호영, 심재철, 정우택 의원이 10일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한국당 2·27 전대 강행’ 관련 긴급 회동을 한 뒤 공동 입장문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도 입장문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연합뉴스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일정을 둘러싸고 자유한국당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당 2·27 전대를 예정대로 치르겠다는 당의 결정에 반발해 ‘보이콧’을 선언한 홍준표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심재철·안상수·정우택·주호영 의원 등 6명은 전대 일정을 연기하지 않으면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이들이 보이콧 의사를 고수하면 이번 전대는 황교안 전 총리와 김진태 의원만 등판한 가운데 썰렁하게 치러질 공산이 크다. 전대 흥행을 통한 ‘컨벤션 효과’를 노렸던 한국당의 계획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후보 간, 후보와 지도부 간 갈등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면서 일각에서는 당이 지지율 상승세에 취해 경고음도 듣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오 전 시장과 심재철·안상수·정우택·주호영 의원 등 5명은 10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긴급 회동을 한 뒤 발표한 공동 입장문에서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2·27전대는 2주 이상 연기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후보 등록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동 입장문에는 장소 섭외 문제 탓에 날짜 변경이 어렵다는 한국당 선거관리위원회의 입장에 대한 반박도 담겼다. 이들은 “장소가 문제라면 여의도공원 등 야외라도 무방하다”며 “연기가 결정된 후에는 단 한 번도 거치지 않는 룰 미팅을 열어서 세부적인 내용이 협의 결정돼야 한다”고 전했다. 홍 전 대표는 이날 회동에는 불참했지만 전화 통화로 동참 의사를 밝히며 공동 입장문에 이름을 함께 올렸다. 홍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나는 전대 후보 6명과 함께 전대 보이콧에 동참 한 바 있다”며 “더 이상 전대 관련으로 내 이름이 거론되지 않도록 부탁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당 지도부와 보이콧을 선언한 6명의 당권주자가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전대는 황 전 총리와 김 의원, 두 후보의 양자대결로 치러진다. 이번 보이콧 사태와 관련해 황 전 총리는 당의 결정을 따른다는 방침이다. 김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당권주자 6명을 향해 “그러지 말고 들어오셨으면 좋겠다. 나도 전대 날짜가 하필이면 미북회담과 겹친다고 해서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당이 결정하는대로 따르기로 했다”며 “둘이 뛰어서 1등 하는 것 보다 여덟 명이 뛰어서 1등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당 지도부는 일정 연기는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은 상황이다. 당 선관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제1야당의 당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 일정이 흥행을 이유로 연기된다는 것은 책임 있는 공당으로서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27일 이전에 합동연설회·토론회 등 대부분의 경선 일정을 진행한 후 전당대회 당일에는 8,000여명의 대의원 투표와 당선인 발표가 이뤄지므로 우려하는 만큼 미북정상회담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당 지도부의 입장이 강경하고 후보등록일(12일)도 임박한 탓에 6명의 주자들이 보이콧 기조를 유지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더불어 황 전 총리에 대항하기 위한 단일화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선관위가 황 전 총리에 유리하게 편파적 선거 관리를 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 만큼 홍 전 대표와 오 전 시장을 필두로 단일화를 이뤄 황 전 총리에 맞서지 않겠냐는 것이다. 반대로 당 지도부가 전대 흥행 실패를 염려해 한발 물러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전대가 황 전 총리와 홍 전 대표, 오 전 시장 등 대권 잠룡의 잇따른 출마 선언으로 흥행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후보들이 대거 이탈할 경우 모처럼 누리고 있는 컨벤션 효과가 반감될 것을 우려해 6명의 의견을 일부 수용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