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명문대도 "화웨이 보이콧"...시름 깊은 中유학생

UC버클리 장학금 지원 안받고
위스콘신대는 장비 이미 철거
미국내 反中 감정 확산되면서
작년 첫 중국인 유학생 감소
첨단 IT분야 감소세 두드러져
"본국 돌아가야 하나" 불안 확산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를 향한 전 세계의 압박이 세계 유명대학으로 확산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에 이어 미국의 UC버클리도 화웨이와의 공동연구를 전면 금지하고 화웨이가 제공하는 장학금을 거부하면서 세계적인 명문대도 ‘화웨이 보이콧’에 본격 동참하는 모습이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미국 대학가에 막대한 자금으로 중국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해온 화웨이와의 관계단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8일 UC버클리대는 “앞으로 화웨이와의 공동연구를 금지하고 그동안 받던 재정적 지원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경우 정보 보안과 관련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기존 연구는 지속하겠다고 했다. UC버클리대는 현재 화웨이 등의 지원을 받아 인공지능(AI)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지원받은 전체 연구자금 약 13억달러(1조4,000억원) 가운데 약 780만달러(87억6,000만원)를 화웨이로부터 받았다. 버클리대 입장에서는 큰 협력기업인데도 앞으로 이를 단절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미국 사법당국이 화웨이를 대이란 제재법 위반 등으로 정식 기소하자 악화되는 여론을 의식해 UC버클리대가 이 같은 조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미국 대학들도 화웨이 등 중국 기업과의 관계 끊기에 동참하고 있다. UC샌디에이고대와 위스콘신대는 학내에서 화웨이 등 중국 통신회사의 장비를 이미 철거했다. 특히 UC샌디에이고대는 화웨이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화웨이의 자금지원을 받지 않고 있다. 화웨이 사태와 별도로 중국의 문화전파 기관인 ‘공자학원’을 폐쇄하는 미국 대학도 늘고 있다. 미시간대와 노스플로리다대가 이 학원의 문을 닫았고 다른 대학도 폐쇄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 실적 저하와 재정적 부담이 있더라도 부정적 여론이 커지는 화웨이에 대한 전 세계적인 배제 움직임을 미국 대학들이 거들고 나선 분위기다.


미국 내 대학들의 이런 반(反)화웨이 조치들은 미국 정부의 강력한 압박에 따른 결과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해 8월 국방수권법(NDAA)을 개정하며 정부와 일하는 기관들의 화웨이·ZTE 등 중국 기업의 제품·기술 이용을 금지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오는 2020년 8월까지 미국 대학들이 NDAA를 준수하지 않으면 연방정부 예산으로 지급되는 연구보조금을 비롯해 정부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

화웨이에 대한 세계 유명대의 제재 움직임은 옥스퍼드대에서 시작됐다. 옥스퍼드대는 UC버클리대에 앞서 지난달 18일부터 화웨이가 제공하는 연구비와 장학금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옥스퍼드대는 앞으로 최소 3개월간에서 길게는 6개월간 해당 조치를 이어갈 것이며 이후 이 조치의 연장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차이나포비아’가 화웨이라는 특정 중국 업체를 겨냥하면서 중국 유학생들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당장 미국 정부가 중국인 유학생이나 학자들을 사실상 스파이로 몰면서 통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유학생들이 졸업 후 미국 기업에 취업하는 데 필요한 비자 발급도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이 때문에 2017년 기준 미국 내 중국 유학생 수는 36만명으로 전체 유학생의 30% 정도를 차지했지만 2018년에는 매년 증가하던 중국 유학생 수가 처음으로 줄었다. 미국 정부가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컴퓨터와 엔지니어링 등 첨단 정보기술(IT) 분야의 유학생 감소세가 뚜렷했다. 이는 미국 내 반중국 감정이 커지면서 졸업 후 취업에 대한 불확실성 높아지자 미국 유학을 잇따라 포기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플로리다대에서 정보시스템을 전공하는 한 중국 유학생은 “학내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배척이 심해지고 있다”며 “앞으로 미국 내에서 중국 유학생의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것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혐중’ 분위기로 중국 유학생들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점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미 퍼듀대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인상에 대한 질문에 부정적으로 답한 중국인 유학생은 42%로 2016년의 29%보다 높았다. 현재 미국과 영국 등 세계 유명대학에서 생활하는 중국 유학생들이 차라리 본국으로 조기 귀국해 학업을 이어가는 것이 유리한 게 아니냐는 망설임과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릭 피시 상하이 교육 컨설턴트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정치·사회적 환경변화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세계 유명대의 화웨이 보이콧 동참으로 미국 대학이 중국을 거부하고 중국 학생들도 미국을 거부하는 사태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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