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 판매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출 차종 쉐보레 트랙스가 글로벌 GM 차원에서 라인업이 재편될 전망이다. 한국 공장의 주력 생산품목인 트랙스는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커’로 분화될 것으로 보인다. 트랙스보다 덩치를 키운 트랙커는 중국 시장에 주력하고 트랙스는 신형 트레일블레이저로 완전변경하고 크기를 더 키우는 전략이라는 것이 업계의 예측이다. 이에 따라 부평 1공장에서 생산되던 트랙스는 구형 모델로 계속 생산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GM은 부평 1공장에 내년에 새로 나올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생산할 예정인데 이 물량이 트레일블레이저가 아닐 경우 문제가 커진다. 지난해 트랙스는 23만9,800대를 팔아 전체 판매량(46만2,871대)의 51.8%를 차지했다. 트랙커와 트레일블레이저는 신형 차종으로 기존 트랙스가 수출되던 시장을 대체할 전망이다. 만약 부평 1공장이 이 두 차종이 아닌 제3의 차종을 받을 경우 생산물량 감소는 불가피하다. 르노삼성도 마찬가지다. 전체 생산량의 47.1%를 차지하는 닛산 로그는 올해 9월 생산이 중단된다. 프랑스 르노는 원가에 포함되는 인건비를 따져 새로운 차종을 어디에서 생산할지 조율하고 있다. 부산공장은 일본 규슈 공장보다 인건비가 약 20% 높은 것으로 평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악의 경우 50%가 넘는 생산량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GM과 르노삼성의 노동조합은 최근 이 같은 본사의 행보에 대해 ‘총파업’을 불사하며 투쟁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GM은 ‘무급휴직자 생계비 대책 마련’ 등을 담은 특단교섭 요구안을 올해 임단협에 포함해 사측과 갈등의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르노삼성은 본사가 매년 가져가는 배당금을 지적하며 기본금 10여만원 인상과 특별격려금 300만원을 요구하며 지난 10월부터 현재까지 부분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위기에도 노조가 ‘강경투쟁’에 나서는 배경은 지도부가 내부 정치에 휩싸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행 한국GM 노조 지도부은 지난 2017년 2월 노조 집행부가 취업과 납품 비리로 일괄 사퇴한 뒤 들어섰다. 내년 2월이 임기 만료로 올해 말 노조 지도부가 재선출된다. 벌써 노조 내 현장조직들이 대자보 등을 게재하며 군산공장 폐쇄와 법인분리를 막지 못한 지도부를 비판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들어선 르노삼성의 새 지도부도 임금을 올리지 못하면 내부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르노삼성은 2014년 닛산 로그의 생산물량을 확보하며 적자에서 벗어났고 이후 3년간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이번만큼은 임금을 끌어올리겠다는 열망을 안고 현행 지도부가 탄생했다. 이번 임금협상에서 임금 인상 요구안을 관철하지 못할 경우 내부적으로 지지기반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당장 생산량의 절반이 사라질 위기에도 내부 기반을 다지느라 노조가 ‘우물 안 개구리’로 강성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우물이 마를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고위관계자는 “르노삼성은 지금 실제로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한국GM은 부평 1공장에 새 물량을 따내도 구형 물량만 남는 부평 2공장이 얼마나 갈 지 모른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