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 사극 왕자 정일우가 돌아왔다.
11일 SBS 월화드라마 ‘해치’(극본 김이영/연출 이용석/제작 ㈜김종학프로덕션)이 첫 방송됐다. ‘해치’는 방송 전부터 배우 정일우의 소집해제 후 첫 복귀작으로 관심을 모았던 작품. 베일 벗은 ‘해치’ 속 정일우는 중심에서 극 전체를 완벽하게 이끌며 대중의 기대를 완벽히 충족시켰다.
정일우가 연기한 ‘연잉군 이금’은 왕이 되어서는 안 되는 문제적 왕세제. 무수리의 몸에서 태어난 반천반귀(半賤半貴) 왕자다. 타고난 천재성, 명석한 두뇌, 냉철한 판단력까지 갖췄지만 어디에서도 환영 받지 못하는 인물이다. 훗날 조선 왕조 가장 위대한 왕 중 하나인 영조의 청년시절을 그린다.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서는 안 되는, 결코 쉽지 않은 캐릭터임에도 정일우는 그 동안 쌓아 올린 탄탄한 사극 경험치를 통해 캐릭터의 매력을 제대로 살려냈다.
연잉군 이금은 첫 등장부터 충격적이었다. 한 나라의 왕자가 갖는 일반적 기대치와 180도 다른 모습이었던 것. 기생보다 천하다는, 거리에서 술 팔던 여인을 끼고 한양에 입성한 것도 모자라 과거 시험을 대리로 쳐주는 일까지 하며 본인 신분을 개의치 않아 했다. 오히려 외면하려고 했다.
이금이 막무가내로 사는 이유는 등장 인물들의 비수와 같은 말들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제일 쓸모 없는 인간”, “손가락질 당하는 일”, “인생 종친 놈”, “천한 피가 흐르는 왕자라 창피하다” 등. 이금은 가장 고귀한 존재인 왕을 아버지로 뒀음에도, 천한 무수리라는 어머니의 신분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었다. 이금의 자조적인 말, 세상 사람들의 편견 어린 말들이 이금의 숨겨진 상처와 그가 엇나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보여줬다.
정일우는 ‘천한 신분’과 ‘왕자’라는 모순적 단어의 조합으로 불리는 아픔을 가진 연잉군 이금을 섬세한 눈빛과 표정 연기로 담아냈다. 때로는 능글거리는 한량 같았고, 때로는 건조한 슬픔을 간직한 왕자 같았다. 이 상반된 두 느낌을 자연스럽게 오 가며 극 초반 연잉군 이금이라는 인물의 매력과, 그가 가진 스토리에 대해 궁금증과 재미를 이끌어낸 것이다.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하면 극의 몰입도 또한 높아지게 된다. 시청자는 정일우가 그린 연잉군 이금에 몰입했고, 감정이입했다.
뿐만 아니라 정일우의 노력 또한 돋보였다. 드라마를 위해 14kg을 감량할 만큼 작품, 캐릭터에 대한 열정을 불태운 그가 다양하게 등장하는 여러 한복들의 맵시를 완벽하게 살린 것이다. 2년여 간의 군 공백을 생각 못할 만큼 왕자님다운 정일우의 꽃 미모는 시청자들의 시선도 강탈했다.
엇나간 행동을 하는 와중에도 과거 시험에서 장원을 할 만큼 명석한 두뇌를 지닌 왕자. 천한 신분의 사람들까지 감싸 안는 인간적인 왕자. 첫 방송부터 훌륭한 왕으로서의 자질을 선보이며 이야기의 흥미를 돋운 연잉군 이금과 녹슬지 않은 연기력과 매력을 선보인 정일우의 시너지가 빛났다. 그렇기에 앞으로 정일우가 ‘해치’를 통해 만들어낼 청년 영조의 모습이, 그의 아픔과 성공 스토리가 궁금하다. 한편 SBS 월화드라마 ‘해치’ 3~4회는 오늘(12일) 밤 10시 방송된다.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