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 소송 2심 판결을 앞두고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며 대법원에서 판결을 바로잡겠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2심에서 사측이 이긴다 해도 최저임금 위반 논란을 벗어날 수 없는 만큼 노조에 타협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1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지난달 말 노사가 참여하는 통상임금특별위원회를 열어 상여금을 사실상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두 가지 안을 노조 측에 제시했다. 첫 번째 안은 상여금 일부(600%)를 기본급(통상임금)으로 전환해 매월 나눠 지급하는 방식이다. 다른 안은 상여금 전체(750%)를 월할로 지급하되 이전 법원 판결에 따라 이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기아차 노조는 그동안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라고 요구해왔으나 사측은 줄곧 난색을 보였다. 지난 2016년 관련 1심에서 법원이 일부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한 뒤에도 사측은 이에 반발해 항소를 결정했다. 하지만 사측이 최근 제시한 안은 추후 법정 판결과 무관하게 앞으로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겠다는 내용인 만큼 상당한 양보를 한 셈이다. 전날 최준영 기아차 대표(부사장)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추가 임금 인상을 감수한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해달라”는 입장을 노조에 전달했다.
기아차가 입장을 바꾼 것은 최저임금 논란 때문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10.9%나 오르며 상여금을 매달 쪼개 지급하지 않으면 관련법을 위반할 수 있는 만큼 노조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사측은 상여금 분할지급 대신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겠다는 당근을 제시한 것이다. 판매부진으로 고전하는 상황에서 더는 인건비 문제를 놓고 노사가 대립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