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현 OTD 대표/송은석기자
성수연방과 디스트릭트 등 ‘맛집 편집숍’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OTD코퍼레이션이 부동산 개발 사업에 도전한다. 2014년 창업 이후 ‘통임대 후 재임대(마스터리스·master lease)’ 방식으로만 덩치를 40배가량 키웠던 만큼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개발사업의 성공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알펜루트자산운용은 OTD 창업자의 구주 10%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OTD에 160억원을 투자했다.
OTD와 알펜루트의 인연은 지난해 시작됐다. OTD는 두산그룹 계열 사모펀드(PEF)인 네오플럭스를 비롯해 아이에스동서, 우미건설, 미래에셋대우 등에서 500억원을 투자 받았다. OTD는 일종의 맛집 편집숍인 ‘셀렉다이닝’으로 이름을 알린 스타트업이다. 소매점을 매개로 공간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공간혁신이 OTD의 비즈니스 모델. 서울 종로 D타워의 파워플랜트와 신세계 하남스타필드의 마켓로거스, 여의도 SK증권 지하의 디스트릭트Y가 OTD의 작품이다.
최근에는 신개념 서점인 아크앤북과 ‘공유 공장’의 개념을 도입한 성수연방을 선보이는 등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시 투자자로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알펜루트가 꾸준히 OTD에 ‘러브콜’을 보냈고 이후 신규사업 확장 수요가 생기자 구주 취득 방식으로 OTD에 투자하게 됐다.
창업자의 지분 매각으로 얻은 자금 160억원은 전액 종속법인에 유상증자된다. 종속법인은 우선 유상증자된 금액을 지렛대 삼아 서울에 상업용 부동산과 오피스, 혹은 주거시설이 같이 들어서는 복합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부지를 먼저 확보할 예정이다.
개발사업에 성공할 경우 OTD의 수익구조도 탄탄해질 수 있다. 지금까지 OTD는 건물주에 특정 공간을 통으로 임대하고 이곳에 맛집으로 이름을 알린 브랜드를 유치해 맛집을 한꺼번에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마스터리스 방식으로 사업을 해왔다. 덩치를 급격히 키울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2014년 창업 당시 30억원에 불과했던 OTD의 매출은 지난해 1,200억원 수준까지 올라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전대(임대한 공간을 다른 임대인에게 재임대)’ 방식으로 입점한 식음료(F&B) 브랜드를 통해 얻은 매출에서 건물주에 줘야 할 임대료를 제해야 하는 만큼 수익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새 종속법인을 통해 개발사업에 진출하게 될 경우 이 같은 마스터리스 방식의 단점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게 OTD 측의 설명이다.
다만 OTD는 부동산 개발사업의 경우 리스크가 큰 만큼 전공분야로만 사업 영역을 국한하겠다는 방침이다. 저층부 사업용 부동산만 OTD가 개발하겠다는 것. 고층부의 오피스나 주거시설 등은 ‘높은 리스크와 수익(high risk hight return)’을 좇는 전문적인 시행업체 등에 개발을 맡길 계획이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