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아차 "인건비 대립 끝내자" 해법 제시…노조 결단만 남아

■ '최저임금 덫' 걸린 기아차, 상여금 통상임금 인정
판매 부진으로 감당 여력 없는데
임금보전 등 추가 부담만 수천억
법정 싸움 무관하게 일단 양보
국내 완성차 업체까지 영향 미치나

기아자동차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1%. 미국·일본 등 주요 경쟁사의 6~8%와 비교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위반 논란’은 기아차를 흔들어놓고 있다.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1,900여명의 임금을 보전해줘야 할 뿐 아니라 호봉제로 얽힌 기아차 전체 직원의 임금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 예상되는 추가 부담만 연간 수천억원에 달한다. 차가 잘 팔리면 문제가 없지만 자동차 산업 자체가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기아차로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 기아차가 통상임금 관련 향후 법정 싸움 결과와 무관하게 상여금 월 분할을 통한 최저임금 문제를 매듭짓자고 노조에 호소하는 이유다.


최저임금의 덫에 걸린 것은 현대차 역시 마찬가지다. 상여금 분할 지급을 추진하고 있으나 노조가 이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라며 맞불을 놓고 있다. 현대차 역시 기아차와 마찬가지로 극심한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데다 자칫 범법 기업으로 내몰릴 수 있는 터라 언제까지 평행선을 그릴 수만은 없다. 이 때문에 업계는 현대차가 기아차처럼 노조에 대승적 결단을 요구하는 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기아차가 노조가 요구하는 법정 싸움 포기, ‘상여금=통상임금’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나름의 계산이 담겼다. 수익성이 뚝뚝 떨어지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에 발목을 잡힐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평균 연봉은 9,000만원대 초반으로 국내 완성차 5곳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12.3%)은 도요타(5.85%)의 2배가 넘는다. 판매가 기대치를 밑돌면 마케팅 및 판매 보조금 비용을 늘리게 되고 영업이익률은 맞물려 낮아진다. 영업이익률이 감소하면 품질을 개선할 연구개발(R&D) 재원도 따라 준다. 돈을 못 버는데 최저임금으로 인한 수천억원의 부담까지 떠안을 여력이 없다.


기아차에 주어진 시간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임금을 올려주지 않으면 관련 시행령 계도기간(처벌유예)이 끝나는 올 하반기부터 고소·고발이 이어질 수 있다. 사측이 초조해할수록 노조의 협상력은 커진다. 노조로서는 가만히 있으면 임금이 올라갈 것인 만큼 확 끌리는 제안이 없다면 협상에 적극 임할 필요가 없다.

통상임금 소송을 길게 끌고 가봐야 승산이 보장된 것도 아니다. 기아차는 이달 통상임금 소송 2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1심 재판부는 기아차 노조가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노조 측의 주장을 일부 수용,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최근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할 때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다소 줄어든 것도 기아차 경영진의 결정을 앞당겼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법정 주휴시간(유급으로 처리되는 휴무시간)을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 포함하도록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생산직 직원의 최저임금법상 월 근로시간에 실제로 근무하는 하루 8시간 주 5일(주 40시간·월 환산 174시간)이지만 ‘주휴수당’을 받는 법정 근무시간(월 환산 56시간)이 더해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기아차는 노사 합의에 따라 토·일요일 이틀을 유급 휴일로 간주해왔다”며 “통상시급을 계산할 때 ‘분모’가 되는 근로시간이 커진 만큼 부담이 미미하게나마 줄었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아차 대표는 전일 담화문에서 “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이 2.1%에 불과하다”며 “철저한 비용 절감으로 수익구조를 개선할 수 있도록 노조의 적극적 협력을 바란다”고 말했다.

남은 것은 노조의 결정이다. 사측의 제안에 대해 노조가 상여금 월 분할은 거부한 채 통상임금 전환만을 고집한다면 기아차로서는 초조함만을 내보이는 격이 될 수밖에 없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노조는 만족할 만한 제안이 오지 않으면 끝까지 버티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라면서도 “협상이 잘 마무리된다면 현재 노조 집행부로서는 임기 내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을 조합원들에게 내세울 수 있으니 협상 결과를 비관할 수만은 없다”고 했다.

기아차의 입장 변화가 다른 완성차 업체에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개사가 최저 임금 미달로 약 7,0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GM 및 쌍용자동차·르노삼성자동차 등도 현대차그룹의 최저임금 논의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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