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감사원장이 13일 최근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기로 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해 사후 감사 원칙을 밝혔다. 최 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예타 면제 사업이 발표된 데 대해 감사원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내부적으로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국가균형발전 명목으로 총사업비 24조1,000억원 규모의 23개 사업에 대해 예타를 면제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대해 재정 건전성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최 원장은 “예타 면제 원칙에 대해 법에 ‘지역균형발전’이 거론돼 있다”며 “기획재정부 장관이 검토를 통해 예타를 면제한 것은 사실상 법령상 요건은 갖춰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감사원 내부 감사규칙에서 국가의 정책 설정 자체나 정당성은 감사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며 “사전적으로 감사하는 것은 내재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책 결정에서 전제가 되는 여러 가지 자료에 오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점검할 수 있다”면서도 “예타 면제의 경우에는 사실상 면제해버리면 어떤 근거로 면제했는지 판단할 자료 자체가 없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업이 진행되는 단계에서 사업 목적에 맞는 예산 배정이나 집행이 되고 있는지, 사업 목적에 따른 성과를 냈는지는 사후적으로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규모의 SOC 사업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규제혁신에 대한 의지도 강하게 피력했다. 최 원장은 “전문가와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규제개혁이 시급하고도 중요한 신기술·신산업 분야의 규제 실태를 우선적으로 점검하겠다”며 “전반적인 정부의 규제관리 시스템도 살펴 개선을 유도하도록 하겠다”고 운영 방향을 소개했다. 감사원은 실제로 ‘기업 불편·부담 신고센터’를 서울, 경기 수원,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등 전국 6개 지역에 설치하고 연중 상시적으로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감사를 통해 위법·부당사항을 해결해 경영활동을 촉진할 방침이다.
최 원장은 “감사 현장에서의 직권 면책을 더욱 활발히 적용하는 등 적극 행정면책 제도의 활성화에도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며 “이러한 감사원의 노력이 공직 사회가 국민을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새로운 변화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발맞춰 감사원은 올해부터 공직자들이 적극적으로 일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사전컨설팅 제도’도 운영한다. 사전컨설팅은 중앙 부처나 광역자치단체에서 제도나 규정 등이 불분명해 의사 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감사원이 검토해 의견을 제시하고 컨설팅 내용대로 업무를 처리하면 책임을 면제해주는 제도다./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