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원씨 페이스북 캡쳐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부인 민주원씨가 “이번 사건은 용기있는 미투가 아니라 불륜 사건”이라며 “김지은 씨를 피해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수행비서였던 김 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민 씨는 13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직도 이 사건이 믿어지지 않고 지난 1년여 시간을 어떻게 버텼는지조차 모르겠다”며 장문의 글을 올렸다. 민 씨는 “안희정씨를 믿었기 때문에 배신감을 감당할 수 없었고 용서할 수 없지만 재판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그러나 2심 재판은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작심한 듯 판결하였고 저는 이제 안 씨나 김 씨에게 죄를 물을 수도, 벌을 줄 수도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민 씨는 해당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자신과 아이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 사람이 적극적으로 제 남편을 유혹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불륜을 저지른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안희정씨의 불명예를 아무 잘못 없는 저와 제 아이들이 가족이기 때문에 같이 짊어져야 할 처지가 되고 말았다. 그 불명예를 짊어지고 이렇게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너무 끔찍하기 때문에 이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글을 적는 이유를 밝혔다.
1일 지위를 이용해 비서를 성폭력했다는 혐의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서울중앙지법에서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김 씨의 거짓말을 하나씩 밝히려 한다”며 ‘상화원 사건’을 언급했다. 앞서 안 전 지사 측은 2017년 8월 충남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고 숙소인 상화원에 묵던 새벽, 김 씨가 2층에 위치한 부부 침실에 들어왔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김 씨 측은 안 전 지사의 밀회를 막기 위해 지키고 있다가 불투명한 유리로 눈이 마주쳤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2심 재판부는 김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재판에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 씨는 이날 새벽 “계단으로 누가 올라오는 소리에 잠이 깼다”며 “김지은씨가 목을 빼고 침대에 누운 사람이 누가 누구인지 확인하듯 살펴보는 것을 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2심 판사님은 방문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 사람의 실루엣이 보인다고 하셨는데, 김지은씨는 계단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고 말했고 앉아 있는 채로는 방안을 확인할 수 없다”며 부부침실을 촬영한 영상을 첨부했다.
그는 침실 구조상 김 씨가 주장대로 바깥 계단에 앉아 있었다면 부부와 눈을 마주칠 수가 없고, 문은 두꺼운 나무로 된 데다 침대는 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침대에서 방문을 바라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 뒤에서 침대에 누운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며 김 씨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강조했다. 민 씨는 “부부침실까지 침입한 엽기적 행태를 성폭력의 피해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자신이 위증을 했다면 벌을 받겠다”고 말했다.
민 씨는 2심 재판부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민 씨는 “이러한 황당한 주장을 성인지감수성을 가지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인지 저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김 씨의 주장을 어떻게 수긍할 수 있다는 것인지 저는 진실로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 씨는 “제가 위증을 했다면 제가 벌을 받겠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