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권희 부장판사는 만민중앙성결교회 이재록 목사로부터 성폭력을 겪은 피해자들의 실명을 유출한 법원 직원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3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한 이재록 목사의 모습. /연합뉴스
만민중앙성결교회 이재록 목사로부터 성폭력을 겪은 피해자들의 실명을 유출한 법원 직원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권희 부장판사는 14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만민교회 신도인 법원 직원 최모(41·남)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최씨에게 정보를 건네받은 이 교회 집사 A(45·여)씨에게도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최씨는 지난해 7∼8월 법원 내부 전산망을 통해 이재록 만민교회 목사의 성폭행 사건 피해자들의 실명과 증인 출석 일정 등을 빼내 집사 A씨에게 알려준 혐의를 받는다. 이 목사의 재판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휴직 중이던 최씨가 동기 직원인 김모(38·남)씨에게 피해자들의 실명과 증인신문 일정을 부탁했고, 김씨가 이를 사진으로 촬영해 넘기면서 신도들 사이에 피해자 정보가 퍼진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최씨에 대해 “법원 공무원으로서 본인의 행동이 초래할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을 것임에도 구체적 사정을 모르는 김씨로부터 개인정보를 받고 전파력이 강한 정보통신망에 이를 게재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줬다”고 꼬집었다. A씨에 대해서도 “본인의 신념에 기한 것이라곤 하나 최씨가 제공한 정보에 기초해 여러 차례 신상을 정보통신망에 게재하고, 진행 중이던 목사의 재판에 영향을 주기 위해 피해자들을 무고자로 몰아가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명이 알려져 교회란 특정 집단에 속한 피해자들이 큰 충격을 받고 최씨와 A씨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최씨에게 피해자들의 실명과 증인신문 일정을 넘겨 준 법원 직원 김씨에겐 징역 6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김씨는 자신이 알려준 증인의 실명이나 증인신문 일정이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김씨가 유출하기 전까진 일반인에게 알려져 있지 않았고, 공개될 경우 진행 중이던 재판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심각한 위협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었다”며 “직위를 이용해 성범죄 사건의 증인에 관한 내용을 여과 없이 유출한 것은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사건과 무관한 상태에서 최씨의 요청을 받고 정보를 누설한 것으로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도를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이 목사는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