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AFP=연합뉴스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이 심화할 경우 세계 교역과 우리나라 수출이 상당한 부담을 질 것으로 보인다. 또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느리게 둔화하고 있으므로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에도 계속 유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1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19년 2월)’에서 성장과 물가가 예상 경로와 맞는지 면밀히 점검하고 금융안정에도 유의해 통화신용정책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고려할 주요 요인 중 첫 번째가 미중 무역 분쟁이다. 한은은 미중 무역갈등이 일부 완화됐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한데다 이미 부정적 영향도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작년 11월 감소세로 돌아섰다. 미국과 중국은 모두 제조업 관련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작년 12월 중국의 수출은 9개월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한은은 통상과 외교 등 여러 문제로 얽힌 양국이 협상 기간 동안 합의에 실패해 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또한 한국 경제는 무역 의존도가 높으므로 글로벌 통상여건 변화에도 유의해야 한다며 미 연방준비제도 통화정책 정상화와 국제금융시장 상황을 꼽았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최근 통화정책을 신중하게 운영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한은은 이런 정책이 금융시장 변동성을 줄이고 자본유출 압력을 완화한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경제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고, 미 금리정책 추이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다시 커질 수 있는 가능성도 높이 점쳤다. 한은은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의 배경이 된 미 경기둔화 우려도 실제 나타난다면 효과가 상당히 상쇄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올해 들어 국제금융시장은 변동성이 다소 개선됐고 국내 금융·외환시장도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은은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며 상황 변화를 주의 깊게 살필 것을 조언했다.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 불균형 위험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지만 가계부채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서울 등 수도권의 집값은 당분간 안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개인사업자대출도 부동산·임대업 중심으로 비교적 높은 증가세를 보였으나 최근 규제 영향으로 증가 규모가 다소 둔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은은 가계부채 총량 수준이 이미 높으므로 계속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 비율(자금순환 기준)이 작년 9월 기준 96.9%에 달하고, 가계부채 증가율(6.8%)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2.1%)의 3배가 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올해 입주 물량 증가에 따른 대출 수요가 높으므로 최근의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 추세가 이어질지도 유의해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확대된 부동산 관련 대출 추이도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한은 허진호 부총재보는 기자설명회에서 “통상적으로 명목 소득 증가율과 비슷한 정도로 늘어난다면 크게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지금은 가계부채 증가율이 조금 떨어졌지만 아직은 높다. 한편으론 명목소득 증가율 보다 훨씬 낮아지면 그 자체로는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달 통화신용정책보고서는 작년 10월과 올해 1월 금통위 사이 기간을 대상으로 한다. 한은은 수요 측면에서 보면 최근 잠재성장률 수준 성장세가 이어져 GDP갭률이 0% 안팎에서 유지됐다고 분석했다. 비용 측면에선 인건비 비중이 높은 서비스업 임금 상승률이 외식비 등 개인서비스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한은에 따르면 기조적 물가 흐름은 대체로 1%대 중반으로 나타났다. 근원물가 중 GDP갭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품목을 대상으로 선정한 경기민감물가는 4분기에 2.0% 올랐다.
국내 금융상황은 여전히 완화적이라는 것이 한은의 평가다. 실질통화량은 장기균형 수준을 웃돌고 실질머니갭률도 상당폭 플러스로 나타나고 있으며, 금융상황지수도 완화적인 상황이지만 한은은 앞으로의 전망은 비교적 어둡게 전망했다. 한은에 따르면 앞으로 한국 경제는 잠재 수준보다 낮은 성장률을 보이며 GDP갭률도 마이너스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허진호 부총재보는 “기준금리 인상 효과는 여수신 금리에는 선반영된 부분까지 감안하면 거의 반영됐고 실물에는 영향이 나타나는 기간이 길어서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