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14일 이사회를 열고 케이블TV 업계 1위 CJ헬로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인수가 성사될 경우 유료방송 업계 4위인 LG유플러스는 업계 점유율 3위인 CJ헬로를 더해 2위로 올라서게 된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CJ헬로 건물의 모습. /연합뉴스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확정했다. LG유플러스는 14일 이사회를 열어 CJ헬로 지분 53.92%(4,175만6,000주)를 보유한 CJ ENM으로부터 CJ헬로 전체 지분의 ‘50%+1주’를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인수가 이뤄지면 LG유플러스는 CJ ENM 지분 전량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최대주주 지위를 갖게 된다. 인수가격은 8,000억원이다.
LG유플러스는 다음 달 주주총회를 열어 CJ헬로 인수를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바로 CJ헬로와 합병하기보단 경영권만 먼저 확보하고 CJ헬로의 케이블 사업은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CJ ENM도 이날 이사회를 열고 CJ헬로의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가 확정되면 유료방송 업계가 거센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점쳐진다. LG유플러스의 IPTV와 CJ헬로의 케이블TV 점유율을 합하면 총 24.43%다. KT와 KT스카이라이프 연합군(30.86%)에 이어 2위를 차지하게 된다. 지난해 상반기 현재 유료방송 시장에서 KT가 20.67%로 1위, 그 다음으로 SK브로드밴드(13.97%), CJ헬로(13.02%), LG유플러스(11.41%) 순이었다. 과연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합병(M&A)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유료방송 지각변동…통신 3사발 M&A 급물살 전망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가 기정사실화하면서 유료방송 시장 전체가 대격변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블과 IPTV 등 유료방송 업계의 M&A가 잇따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도 각각 케이블TV 티브로드와 딜라이브 인수를 타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SK브로드밴드가 9.86%의 점유율인 티브로드를 인수하면 23.83%의 점유율로, 인수에 성공한 LG유플러스에 바싹 다가선다. KT가 딜라이브(6.45%)를 인수할 경우엔 KT스카이라이프까지 합해 총 점유율 37.31%로 확고한 1위 자리를 굳힐 수 있다.
잇따른 유료방송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이유는 이통 3사와 케이블TV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통 3사는 미디어와 콘텐츠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OTT(인터넷 기반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에 많은 시청자를 빼앗긴 케이블TV 사업자들도 자신들의 몸값이 더 떨어지기 전 파는 것이 유리하다고 본다. 현재 OTT는 유료방송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해외 사업자들이 국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세계적인 OTT 넷플릭스의 국내 가입자는 1년 만에 100만명을 넘긴 것으로 전해진다.
네트워크 사업자인 국내 통신사들은 넷플릭스와 유튜브에 망을 제공하면서도 제대로 된 사용료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이통 3사는 넷플릭스 등 해외 사업자에 맞서기 위해 M&A 등을 통해 몸집을 키우려 하는 것이다. 통신사들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의 바쁜 길을 규제가 가로막고 섰다. 가령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하는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를 겨냥한 합산규제가 국회에서 거론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5일 열릴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지난해 6월 일몰된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를 논의한다. 합산규제는 유료방송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33%로 제한한 법을 말한다. 기존에도 플랫폼별로 전체 가입자의 3분의 1을 초과하지 못하게 하는 ‘점유율 규제’가 있었다. 하지만 IPTV인 KT와 위성방송인 KT스카이라이프의 경우 서로 다른 플랫폼을 가져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자 이들을 견제하기 위해 2015년 6월 도입됐다. 합산규제는 지난해 6월 일몰됐다.
앞서 과방위는 지난달 22일 KT가 위성방송 계열사인 스카이라이프를 매각하지 않을 경우 합산규제를 재도입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KT가 스카이라이프의 공공성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게 이유다. 만약 합산규제가 다시 도입될 경우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한 KT는 협상에 나설 수 없게 된다. 30.86%의 점유율인 KT와 스카이라이프 연합군이 딜라이브(6.45%)를 인수하면 합산규제 기준인 33%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최근 해외 콘텐츠사업자들의 적극적인 공세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등 급변하는 시장상황 때문에 과방위가 쉽사리 합산규제를 재도입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 공정위 기업결합심사 통과할까…LG유플러스 ‘말바꾸기’ 지적도
CJ헬로 인수에 나서는 LG유플러스는 조만간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한다. 공정위는 신고가 들어오면 최대 120일 이내에 심사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다만 심사과정에서 공정위가 보완서류를 제출하라고 요구할 경우 심사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실제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를 추진할 당시 공정위는 기업결합 신고가 들어왔던 2015년 12월 이후 8개월 만인 2016년 8월에야 인수를 불허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공정위에서 이뤄질 기업결합 심사의 최대 쟁점은 시장지배력의 집중 정도다. 1위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일 경우 자의적으로 요금을 인상하는 등 독점적 지위자로서 시장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지를 살핀다. 공정위는 2016년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기업결합 심사 당시 지역 단위로 시장지배력을 살폈다. 전국 78개 방송구역 가운데 CJ헬로비전이 영업하는 23개 구역을 대상으로 한 심사에서 공정위는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21개 구역(합병 전 17개)에서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가 되면서 공정경쟁을 심각하게 제한한다고 봤다.
공정위는 이번에도 지역별로 시장집중도를 살펴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전과 달라진 점은 방송시장 점유율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2016년 당시엔 방송통신위원회가 작성한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맞게 아날로그 케이블TV·디지털 케이블TV·위성방송·인터넷방송(IPTV) 등을 동일한 시장으로 보고 산정했다. 그러나 이번엔 아날로그 케이블TV의 경우 시장점유율 계산에서 제외된다. 그에 따라 아날로그와 디지털 케이블 TV를 운영하는 CJ헬로의 경우 합병 후 시장점유율이 이전보다 적게 계상될 수 있다.
공정위가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을 불허한 또 다른 사유엔 SK텔레콤이 이동통신 1위였다는 점이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요금할인의 혜택을 누리고자 자신이 가입한 이동통신사 계열의 유료방송을 이용한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유료방송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 1위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심사 기준이나 합병 후 시장집중도 측면에서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 때와 차이가 있기에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는 수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공정위의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 불허 결정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있었던 점도 이번 심사에 영향을 끼칠 요인이다. 당시 케이블TV의 위상이 작아지는 상황에서 공정위의 결정이 업계의 구조개편 기회를 막아버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당시의 결정이 과거 공정위의 입장과 다르다는 지적도 있었다. 공정위는 2012년 ‘다채널 유료방송 시장 분석’ 보고서에서 “케이블TV 지역사업권을 광역화해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나아가 지역사업권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도 공정위의 당시 판단을 ‘아쉬운 사례’로 꼽으며 “만약 CJ헬로 기업결합 승인 심사 요청이 다시 들어온다면 전향적인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공정위가 LG유플러스의 인수를 허가하면 외견상 다를 바 없는 사안을 두고 서로 다른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공정위로선 부담이다.
한편 LG유플러스의 ‘말바꾸기’도 논란이다. 2015년 말 SK텔레콤이 “CJ헬로를 인수해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LG유플러스는 이를 강력하게 반대했다. 당시 LG유플러스는 KT와 함께 대부분의 주요 일간지 1면에 ‘SK텔레콤은 나쁜 인수합병을 포기하라’는 광고를 두 차례 낸 바 있다. 또 ‘이동통신 1위인 SK텔레콤이 케이블TV를 인수하면 유료방송 시장까지 모두 장악하게 된다는 논리’로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한 여론전에도 적극 나섰다.
그런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에 나서는 것은 모순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이와 관련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2016년에는 이동통신 1위인 SK텔레콤이 인수에 나선 거지만, 지금 우리는 통신업계 3위인 만큼 그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