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와 관련해 근로자들이 요구하는 추가 법정수당이 회사의 순이익보다 많더라도 사측이 이를 부담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경영상 어려움’을 판단할 때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통상임금 신의칙 적용 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힌 사실상 첫 판결이다. 이번 판단으로 매년 조금씩이라도 이익을 보는 회사는 노조 측이 청구하는 추가 수당을 잇따라 물어줘야 해 경영계로서는 재정부담 우려가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4일 인천 시영운수 노동조합 소속 시내버스 운전기사 박모(61)씨 등 22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박씨 등은 지난 2013년 3월 단체협약에서 정한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추가 수당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2심은 “회사가 추가로 7억8,000만원가량을 지급하면 예측하지 못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한다”며 사측의 신의칙 항변을 받아들였다. 이 회사의 자본금이 2억5,000만원밖에 되지 않는데다 통상임금 재산정의 기준이 되는 2011년과 2012년 순이익이 각각 9,406만원, 5,138만원 수준에 그친 점을 감안한 판단이었다. 신의칙이란 법률관계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지 않은 채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쪽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추상적 규범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결정은 하급심과 달랐다. 대법원은 추가 법정수당을 원심과 달리 약 4억원으로 추산하며 시영운수 측이 이를 충분히 부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추가 수당 규모가 시영운수 연간 매출액의 2~4%, 2013년 총 인건비의 5~10% 정도에 불과하다”며 “2013년 기준 이익잉여금도 3억원을 넘는 만큼 상당 부분 변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영운수가 2009년 이후 5년 연속 영업흑자를 기록했고 당기순이익도 꾸준히 발생했다”며 “버스준공영제 적용도 받고 있어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을 포함해야 한다는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 가운데 모호하게 남아 있던 신의칙 부분을 엄격하게 해석한 것이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