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 회장은 최근 저축은행 정책과 감독을 담당하는 금융위원회 국·과장을 동시에 면담하는 등 접촉을 늘려가고 있다. 박 회장은 취임 직후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만난 데 이어 이번에 실무진까지 전부 만난 것이다. 이날 면담에서 박 회장은 저축은행을 짓누르고 있는 오랜 현안인 예금보험료 인하와 금지업종 재지정 등과 같은 민감한 현안을 스스럼없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 현안에 대해 협의를 잘 해나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구체적인 논의는 하지 않고 서로 덕담을 주고받았다는 입장이지만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박 회장과 최 위원장, 담당 국·과장들이 모두 기획재정부 근무 시절 선후배 사이였던 인연이 규제 완화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이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예보료 인하와 대손충당금 규제 유예 등이다. 예보료 인하는 저축은행은 일반 은행보다 5배 높은 예보료(0.4%)를 내고 있어 낮춰달라는 것이다.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은 금융당국이 오는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는데 그 시기를 유예해달라는 요구다. 기준이 강화되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 및 지역 소재 저축은행은 대출을 축소할 수밖에 없어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또 지역 소재 저축은행들의 경우 신협과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과 지방은행이 대출경쟁에 뛰어들면서 과거처럼 저축은행만 영위할 수 있는 금지업종 지정을 부활시켜달라고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금지업종을 지정해 저축은행 영역을 보호해줬는데 지금은 시중은행은 물론 상호금융과도 경쟁해야 한다”며 “개인사업자 및 중소기업 중심의 밀착형 금융이 장점인데 경쟁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저축은행의 규제 완화 요구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충당금제도 등의 경우 전체 가계부채 문제와 연관된 것이라 규제 완화 차원에서 접근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료 출신인 박 회장이 줄기차게 설득할 경우 접점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과의 강한 네트워크가 신임 회장으로 취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라며 “임기 초반에 서둘러 당국과 소통하며 규제 완화 추진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