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시세 5,000억...한진 송현동 부지 누가 품나

서울 중심가 위치 호가 높지만
역사·문화적 이유 개발 쉽잖아
"공영개발이 현실적" 주장도


대한항공이 지난 2008년 호텔 및 복합문화공간 설립을 위해 매입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전경. 대한항공은 2,500억원을 들여 부지를 매입했지만 학교보건법 및 정부와 서울시 간 의견 불일치에 막혀 6년째 투자를 단행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003490)이 소유한 송현동 부지(3만 6,642㎡)는 지난 2008년 한진그룹이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인수했다. 현재 시세로만 보면 5,000억원에 육박한다는 게 부동산 금융 업계의 평가다. 다만 일부 부동산 개발 업체 사이에서는 최대 1조원에 사들여도 가치가 있는 땅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한진그룹의 개발 추진이 무산되면서 몇몇 부동산 개발 관련 회사에서 한진 측에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인수를 제안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넘게 토지재평가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매각이 이뤄지면 세수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존과 마찬가지로 주인이 바뀐다고 해서 개발이 쉬워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삼성생명 역시 미국 대사관 직원 숙소였던 이 땅을 2000년에 산 뒤 10년 가까이 개발하지 못하고 되팔았다. 당시에도 경복궁 바로 옆에 있는 땅인데다 과거 순종의 장인 윤덕영의 사저였다가 일제강점기에 식산은행이 소유했던 역사·문화적 이유로 개발이 막혔다. 한진은 이 땅에 7성급 한옥호텔을 지을 계획을 세웠지만 카지노 등 각종 유해시설이 들어올 수 있다는 이유로 교육당국의 반대를 샀다. 한진은 호텔 건립을 불허한 서울 중부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까지 벌였지만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이후 전시장과 공연장을 중심으로 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이 때문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땅의 일부를 사들여 공영개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진 입장에서도 여론을 의식해 매각하는 측면도 있는 만큼 명분상 나을 수 있다는 논리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과거 이 땅을 중앙정부가 사들여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국립한국문학관을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밖에 한진은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역시 개발 가치가 매각 가치보다 낮으면 팔겠다고 밝혔다. 현재 이 땅의 장부상 가치는 약 2,000억원인데 업계에서는 파라다이스그룹이 되사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KCGI가 한진그룹에 유휴부지 매각을 주요 주주제안으로 내놓은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KCGI의 강성부 대표는 과거 요진건설과 대원 등 건설사 투자로 수익을 낸 바 있으며 현재 펀드에도 부동산 개발 관련 업종 투자자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세원·강도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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