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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기존과 마찬가지로 주인이 바뀐다고 해서 개발이 쉬워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삼성생명 역시 미국 대사관 직원 숙소였던 이 땅을 2000년에 산 뒤 10년 가까이 개발하지 못하고 되팔았다. 당시에도 경복궁 바로 옆에 있는 땅인데다 과거 순종의 장인 윤덕영의 사저였다가 일제강점기에 식산은행이 소유했던 역사·문화적 이유로 개발이 막혔다. 한진은 이 땅에 7성급 한옥호텔을 지을 계획을 세웠지만 카지노 등 각종 유해시설이 들어올 수 있다는 이유로 교육당국의 반대를 샀다. 한진은 호텔 건립을 불허한 서울 중부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까지 벌였지만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이후 전시장과 공연장을 중심으로 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이 때문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땅의 일부를 사들여 공영개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진 입장에서도 여론을 의식해 매각하는 측면도 있는 만큼 명분상 나을 수 있다는 논리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과거 이 땅을 중앙정부가 사들여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국립한국문학관을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밖에 한진은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역시 개발 가치가 매각 가치보다 낮으면 팔겠다고 밝혔다. 현재 이 땅의 장부상 가치는 약 2,000억원인데 업계에서는 파라다이스그룹이 되사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KCGI가 한진그룹에 유휴부지 매각을 주요 주주제안으로 내놓은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KCGI의 강성부 대표는 과거 요진건설과 대원 등 건설사 투자로 수익을 낸 바 있으며 현재 펀드에도 부동산 개발 관련 업종 투자자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세원·강도원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