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제공
오늘(16일) 방송되는 KBS1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서는 ‘다시 일군다 강남 - 서울 논현/신사동’ 편이 전파를 탄다.
서울의 중심, 유행에 민감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강남에도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 있다. 화려한 명품 거리와 오래된 노포가 공존하는 동네. 자신만의 철학으로 수 십 년 전통을 이어 오늘도 치열한 삶을 일구어나가는 서울 논현동, 신사동에서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열 세 번째 여정이 시작된다.
▲ 강남의 숨겨진 역사를 바라보며 시작하는 동네 한 바퀴
서울의 강남과 강북을 이어주는 한남대교 남단, 그 아래에는 걸어야만 알 수 있는 역사가 스며있다. 새말나루터 표지석이 위치한 곳은 ‘조선시대 경기도 광주군 언주면’, 강남 일대에서 나룻배를 통해 물자를 공급한 교통의 요지였다. 현재 부의 대명사로 기억되고 있지만 과거 논과 밭을 일구며 삶을 이끌어갔던 강남. 그곳에서 배우 김영철이 오늘날 우리 이웃들의 생생한 인생사를 만나본다.
▲ 톱니바퀴 부부의 자부심 <명품 수선>
작은 골목길을 따라 걷던 배우 김영철은 낯선 명품 수선 간판에 발걸음을 멈춘다. 강남에 백화점, 명품의류샵이 몰리며 함께 자리 잡았다는 3평 남짓한 수선집에는 45년 경력의 부부가 가꾼 세월의 흔적들이 빼곡하다. 색 바란 주문서와 브랜드도 사라진 낡은 재봉틀,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들이 차있는 곳. 고객의 체형을 정확히 기록해 수선 계획을 하는 부인과 재봉의 달인 남편이 잘 맞는 톱니바퀴처럼 힘을 합쳐 일궈온 삶의 공간이다. 같은 회사 사제로 만나 부부의 연을 맺고 함께 수선 일을 하며 치열하게 보낸 지난 세월. 덕분에 삼남매를 길러내고 이제는 실력만으로 해외까지 입소문이 퍼졌다는데...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자리를 지키고 싶다는 부부 덕에 논현동 골목 한 편이 든든하다.
▲ 전통시장 반찬가게 왕언니의 3단 변신!
화려한 거리, 콘크리트 빌딩 숲 속 한 편에 위치해 넉넉한 인심을 나눠주는 영동전통시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물가 비싼 강남에서 ‘직장인 살아남기’의 비법은 전통시장에 숨은 맛집들. 특히 엄마가 해주는 집밥이 그리울 때 찾는 한 특별한 가게에 있다. 평범한 반찬가게처럼 보이지만, 점심시간이면 직장인들이 북적이는 한식뷔페식당으로 바뀐다. 하루는 제육볶음, 하루는 수제비, 뚝딱뚝딱 차려내는 엄마의 밥상처럼 정겹다. 오후가 되면 찐빵·만두가게로 변신하는데 이는 10년 전 함께 가게를 운영하다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남편이 남긴 마지막 유산이 돼버렸다. 이제는 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음식만큼은 변함없이 꽉 찬 팥 앙금과 만두소가 추운 겨울 손님들의 마음까지 가득 채워준다.
▲ 강남에 도전한다! 모델에서 바버로
추운 겨울 형형색색 따뜻한 옷을 입고 있는 가로수 사이를 걷는 배우 김영철. 그리고 범상치 않은 외모의 이발사를 만난다. 트렌디한 현대의 이발소 일명 ‘바버샵’. 정갈하게 넘긴 머리와 스티브잡스를 연상케 하는 검정색 목티가 바버 무겸씨의 시그니처다. 사실 그는 누구보다 당당하게 런웨이를 거닐던 전직 모델 출신. 오롯이 한 시간을 한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껴 이용업에 뛰어들었다. 서른 살 미용실 늦깎이 인턴부터 시작해 이제는 어엿한 사장님이 된 무겸씨는 새로운 일에 도전한 것이 후회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과거 모델 시절부터 자리 잡은 강남이기에 이 곳에서 바버로서 인정받고 싶다는 무겸씨의 인생 2막 이야기를 들어본다.
▲ 골목 끝에서 일군 삶 <수타 칼국수>
강남 상권이 위기라는 말이 많지만 오히려 이 위기를 기회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 35년을 닦아온 칼국수 솜씨로 환갑이 다 된 나이에 승부수를 던진 부부. 8kg의 거대한 홍두깨로 직접 반죽해 칼로 썰어내는 아날로그적 방식만으로 강남에 입성했다. 아무나 따라할 수 없다는 자신감으로 기술을 모두 공개한 사장 상설씨는 배우 김영철에게 홍두깨 방망이를 건넨다.
홍두깨 방망이로 무엇이든 할 것 같은 상설씨에게는 사실 나름대로의 철칙이 있다. 아내 수경씨를 절대 주방에 들이지 않는 것이다. 고생하는 아내를 위해 메인 메뉴부터 밑반찬까지 모든 요리를 도맡아한다는 사랑꾼 상설씨. 그래서일까, 그가 만드는 요리에는 언제나 사랑과 정성이 가득해 먹는 이들로 하여금 더욱 든든한 한 끼를 대접받은 기분이다.
/김호경기자 khk01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