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술의 난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연구개발(R&D)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메모리를 비롯한 반도체 공정 자체가 미세화·첨단화하고 있는데다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벌리기 위한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 선두업체들의 투자도 늘어나는 추세인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3·4분기까지 누적 연구개발 비용은 13조3,446억원으로 전년 동기(12조2,299억원) 대비 9.1% 늘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연구개발 비용은 1조8,012억원에서 2조153억원으로 11.9% 증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전반적인 반도체 업계의 R&D 비용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오는 2023년까지 반도체 업체들의 R&D 투자는 연평균 5.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기업의 R&D 투자는 2003~2008년 연평균 10.3%씩 증가했지만 △2008~2013년 3.3% △2013~2018년에는 3.6% 성장하는 데 그쳤다. 최근 들어 R&D 투자 증가율이 다시 가팔라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 10여년간 반도체 업체들의 R&D 비용이 주춤한 가장 큰 이유는 이 기간에 90건 이상의 인수합병(M&A)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기업 간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중복되는 R&D 비용이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M&A 등을 통해 반도체 시장이 재편된 뒤 살아남은 업체들이 다시 R&D 비용을 늘리고 있다. 실제 2017년에는 반도체 업체들의 R&D 투자 비용이 6% 증가했으며 지난해에는 7% 증가한 646억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최근 반도체 기술의 난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앞으로도 R&D 비용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세 공정과 3D 적층 기술 등 반도체 업체 간 기술경쟁 심화와 애플리케이션의 복잡성 증가 등으로 반도체 업체들의 투자 규모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