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가 기아자동차 채용 중단을 안타까워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기업의 채용 유인이 전보다 크게 줄어든 가운데 최저임금 등 노동 이슈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채용문이 아예 닫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장을 돌리려면 정년퇴직자 수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이 400만대를 겨우 넘길 정도로 영업이 부진한데다 정책 리스크마저 겹치면서 고용 여력이 크게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기아차가 지난해 12월 한 달 넘게 진행하던 채용 절차를 갑자기 중단한 것도 이런 맥락의 연장선에 있다. 특히 이즈음 고용노동부가 유급휴일을 최저임금 산정 기준시간에 포함하도록 관련 시행령을 개정한 것이 큰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용부의 결정으로 노동자가 실제 일하는 시간은 하루 8시간씩 월 174시간이지만 최저임금 시급을 따질 때는 243시간을 적용하게 됐다. 기아차의 경우 노사 협약에 따라 토요일과 일요일을 모두 유급휴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전년보다 10% 이상 오른데다 산정기준마저 바뀌면서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기아차 직원은 1,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기아차로서는 범법기업으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지만 호봉제를 골자로 설계된 임금제 탓에 이들의 임금만 올려줄 수도 없다. 기아차가 면접까지 마쳐놓고 합격자를 발표하지 않은 것은 불어난 인건비 리스크를 더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채용 일정을 진행하다 막판에 접을 만큼 경영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특히 유급휴일을 최저임금 산정에 넣도록 한 돌발변수가 결정타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노조도 이런 회사의 어려운 경영에 화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아차 입장에서는 오는 22일 기아차가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할지를 가름할 판결을 앞둔 점도 부담을 키웠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 관련 1심에서 법원이 일부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한 터라 더 그렇다. 통상임금은 각종 수당 산정의 기초가 된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들어가면 기업의 부담이 더 커진다.
차라도 잘 팔리면 문제가 없지만 실적 부진은 여전하다. 기아차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1%로 미국·일본 등 주요 경쟁사의 6~8%와 비교하면 수익성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올해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니다. 세계 자동차 판매는 전년 대비 0.1%, 소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3대 시장이라고 할 중국·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이 정체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아차의 생존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발 자동차 관세 리스크도 경영의 예측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코너에 내몰린 사측은 격월로 주던 상여금을 매달 지급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단협을 제안했으나 이마저도 노조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노조는 사측을 향해 조건 없이 신규 채용을 진행하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조는 단협에 따라 정년퇴직으로 공백이 발생하면 인력을 충원하는 게 원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차를 비롯한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이 같은 상황을 착잡한 심정으로 예의 주시하고 있다. 실적 부진과 늘어난 인건비 부담에 골머리를 앓는 것은 이들 업체도 마찬가지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개사가 최저임금 미달만으로 약 7,0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인력 수요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며 “그나마 수요가 있어도 뽑지 못한다니 착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