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손 들어준 英…'파이브 아이즈'에 금가나

■NCSC "보안위험 낮출수 있다"
美 "장비사용 배제하라"와 배치
공식화땐 다른 동맹국에도 파장
화웨이 포위전략에 타격 가능성
트럼프는 연일 압박 수위 높여


영국의 정보당국이 중국 화웨이의 5세대 이동통신(5G)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웨이를 둘러싼 미국과 동맹국 간 갈등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영국은 미국의 서방 최대 동맹국이자 미국이 주요 정보를 공유하는 이른바 ‘파이브 아이스(Five Eyes)’의 일원으로, 이번 결정이 60여년간 지속돼온 서방 정보교류협정의 균열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제기된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정부통신본부(GCHQ) 산하 국가사이버보안센터(NCSC)가 5G 네트워크에서 화웨이 장비의 보안위험을 낮추는 방법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보당국의 이 같은 결정은 5G 장비 도입 시 화웨이 제품을 배제하라고 유럽 동맹국들을 연일 압박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화웨이 포위전략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 제품이 스파이웨어를 심는 방식으로 해당국을 도청하거나 정보를 빼가고 있다며 각국에 화웨이 제품 사용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미국과 주요 정보를 공유하는 ‘파이브 아이스’의 원년 파트너로, NCSC의 이 같은 입장이 공식화할 경우 다른 동맹국들에도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상호 첩보동맹인 파이브 아이스는 2차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미국과 영국이 체결한 비밀 정보교류협정이 모태가 됐으며 10년 뒤인 1956년 호주와 뉴질랜드·캐나다가 가세해 현재와 같은 5개국 체제를 갖추게 됐다.


앞서 파이브 아이스에 속하는 호주와 뉴질랜드는 지난해 8월과 11월 각각 자국 5G 망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을 배제하기로 확정했으며 캐나다 역시 5G 장비 입찰에서 화웨이 장비 배제를 검토하고 있다. 캐나다는 미국의 요청으로 지난해 12월1일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을 체포한 후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도 하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영국의 결론은 유럽의 다른 나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파이브 아이스의 일원으로 미국 정부와 민감한 정보를 교환하는 영국이 화웨이 제품의 안보위협에 자신감을 갖는다면 다른 나라들도 (미국의 압박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GCHQ의 수장이었던 로버트 해닝언도 최근 기고를 통해 “NCSC는 중국이 화웨이를 통해 악의적인 정보수집 활동을 벌였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중국이 5G 네트워크를 통해 리스크를 전파하고 있다는 주장은 난센스”라고 주장한 바 있다.

특히 NCSC의 결정에 앞서 독일 정부도 지난 6일 “5G 구축 과정에서 특정 기업을 배제하지 않되 모든 장비 제공업체에 엄격한 보안규정을 적용하겠다”며 화웨이의 5G 입찰 참여를 법적으로 금지하지 않겠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외교 협력을 지렛대 삼아 유럽 국가들을 향한 압박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다. 13일 ‘중동회의’ 참석차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최근 폴란드가 화웨이의 폴란드 지사 임원을 스파이 혐의로 체포한 데 대해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에 타협하지 않은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에 앞서 11일 동유럽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첫 방문국인 헝가리에서 “미국의 중요한 시스템이 있는 곳에 (화웨이) 장비가 같이 있으면 미국으로서는 그런 곳들과 협력하는 게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력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유럽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고조되는 가운데 화웨이의 쉬즈쥔 순환 회장은 전날 FT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과 한국·일본·걸프국가를 화웨이 5G 통신장비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그룹으로 지목했다. 쉬 회장은 미국과 유럽의 일부 선진국들에 대해서는 현재 5G 수요가 그다지 강하지 않은 두 번째 그룹으로 분류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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