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 초청 강연회에서 헤니 샌더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수석 칼럼니스트가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했지만 지난해 중국에선 일자리 1,100만개가 새로 생겼다. 양적 성장은 둔화해도 질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헤니 샌더 파이낸셜타임스(FT) 국제금융 담당 수석 칼럼니스트는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세계경제연구원 초청 강연에서 “인플레이션이나 부채 급증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기를 낙관적으로 전망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실질 경제성장률이 20여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면서도 “경제 규모가 급성장한 만큼 6%대 성장률을 유지하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8년 잠정적인 중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6%다. 이는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를 진압한 여파로 경제 충격이 있던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샌더는 아울러 중국이 첨단기술의 새로운 선도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중국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며 “머지않아 AI 선도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산업용 로봇, 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서 중국이 강국이 된다”며 “미국이 화웨이 등에 위협을 느끼는 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샌더는 중국 자동차 판매량이 감소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선 “많은 사람이 이를 보고 중국 경제가 둔화하고 보지만 판매량 감소는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골드만삭스는 전 세계 자동차 소비가 2017년 수준을 회복하려면 3년이 걸린다고 전망했지만 다시는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으로 봤다. 이어 “차량 공유 서비스의 확대로 자동차 판매량은 줄고 해당 산업은 디플레이션을 겪을 것”이라며 “이런 변화는 고용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부연했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선 자동차 판매량이 올해 1월에도 감소하면서 7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샌더는 중국 경제의 위기 요인으로는 부채 급증과 정치적 문제를 꼽았다. 샌더는 “중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의 증가세가 어느 국가보다 빠르다”면서도 “다만 중국 외환보유액이 3조달러에 달하는 만큼 미국발 금융위기와 같은 사태까지 이어지진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1인 집권체제와 기술발전으로 중국 정부의 사회 통제·감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인 집권체제로 인한 정치적인 리스크는 중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중국 정부의 가장 큰 실수는 한국을 향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제재”라며 “중국이 미국만큼이나 보복적인 태도로 나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알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자본시장을 개방하면 한국처럼 외환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중국의 개방은 세계 경제에 긍정적”이라며 “미 달러화가 사실상 유일한 기축통화인 상황을 풀어줄 대안은 위안화”라고 짚었다. 그는 “일부 기업들은 미국의 지급결제시스템으로부터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며 “미국은 기축통화 지위를 이용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샌더는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의 현지화 마케팅 전략은 훌륭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