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측은 2·27 전당대회를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으로 구성된 이른바 ‘태극기 부대’로 인해 딜레마에 빠졌다. 전대 응원 열기 등 겉으로 드러난 것만 놓고 보면 태극기 부대는 주로 김진태 당대표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극기 부대는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에 이어 지난 18일 대구·경북(TK) 지역 연설회에서도 1,000명 이상 모여, 다른 후보의 연설 도중 욕설을 퍼붓고 고성을 지르면서 행사에 난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와 각 후보 캠프에서는 이를 막을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당원인 이상 합동연설회장 출입을 막을 수 없는 데다, 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라 불릴 만큼 극성적인 지지세력을 내칠 수도 없기에 당 지도부는 매우 난감한 기색을 표하고 있다.

박관용 선거관리위원장은 1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후보들 간 비방은 선관위가 주의를 줄 수 있지만, 동원된 청중들이 야유하는 것은 자제요구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우리나라 민주주의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선관위가 자제시키려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의 인터뷰 중 “일부 이상한 모습이 있었다고 해도 우리 당에는 충분한 자정 능력이 있다”며 태극기 부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태 후보를 제외한 각 후보들은 태극기 부대의 모습에 난감한 상황에 처했지만, 정치적 셈법에 따라 각자 대응 수위를 고심 중이다. 황 후보 측은 기자간담회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당대회라는 집안 잔치에 온 사람들인데 박대할 수는 없지만, 직접 응대하기에도 무리가 있다”며 “‘이런 것은 안 된다’고 말하기보다는 우리가 다 극복해 가야 할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렇게 직접적인 언급을 피한 이유는 그가 이번 전대에서 ‘통합’을 전면에 내세운 데다, 친박(친박근혜)계 지지를 받는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비박(비박근혜)계 개혁보수 주자로 ‘박근혜 극복’ 카드를 들고나온 오세훈 후보는 태극기 부대에 대해 상대적으로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오 후보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 중 “우리가 문제를 제기하면 더 심해질까 봐 선관위에 공문을 보내지는 못했지만 걱정스럽다”며 “탄핵 이후 태극기 부대의 행동이 어떨지 일부 예상은 했지만 지금의 행태는 안하무인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김무성 의원 또한 ‘열린토론, 미래’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질서를 지키지 않는 과격한 사람들이 결국 일을 그르치게 된다”며 “우리 당이 그런 과격분자들의 놀이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태극기 부대를 비판한 바 있다.

이렇게 태극기 부대로 논란을 초래한 김진태 후보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어제 연설회에서 야유 등 다소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데 대해 저도 마음이 불편하다”며 “저를 지지하는 분들은 이번 전대가 당의 화합과 미래를 위해 치러진다는 점에 유념하면서 품격있는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변문우 인턴기자 bmw101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