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반드시 드러나기 마련이라는 뜻의 ‘낭중지추(囊中之錐)’란 말이 더없이 잘 어울리는 배우 전석호.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탄탄한 연기력과 개성 강한 캐릭터를 선보여온 전석호가 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으로 기량을 마음껏 펼치며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 = 넷플릭스, tvN, KBS, OCN
전석호는 ‘킹덤’에서 역병이 처음 시작된 동래의 부사 ‘범팔’ 역으로 분했다. ‘범팔’에 완벽히 녹아든 전석호는 대혼란 속에서 우왕좌왕하는 겁 많고 순진한 모습으로 소소한 웃음을 자아낸다. 좀비가 달려들자 서비(배두나)의 뒤에 숨는가 하면, 이방(유승목)과 도망가는 상황에도 근심 어린 표정으로 “세자 저하께서는 동래를 빠져나가신 게 확실한 거지?”, “혹시 그 의녀도 데리고 가셨느냐?”라는 대사로 웃음을 유발, 극의 긴장감을 이완시킨다.
이처럼 전석호는 양반이지만 생사역(좀비) 앞에서는 똑같이 힘없고 평범한 인물을 그리며 ‘킹덤’의 주역으로서 눈에 띄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범팔 캐릭터의 어설픈 면도 인간미 있게 매력적으로 표현해 호평을 끌어냈다.
이와 관련, 전석호의 출연작도 다시금 재조명되는 모양새다. 2000년 영화 ‘하면 된다’ 단역으로 데뷔한 전석호는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다 2014년 ‘조난자들’의 주연을 따내며 활동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대중에게 이름을 가장 널리 알린 작품은 tvN 인기 드라마 ‘미생’(2014). 전석호는 까칠한 하대리 역을 완벽히 소화해 주목받았다. 이후 tvN ‘굿 와이프’(2016)에서 권력 변화에 민감한 검사 박도섭 역을, JTBC ‘힘쎈여자 도봉순’(2017)에서는 공비서를 맡아 큰 웃음을 선사했으며, KBS2 ‘우리가 만난 기적’(2018) 속 박동수 형사 등 다양한 역할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지난해 극 중 한태주(정경호)의 부친 한충호 역으로 열연한 OCN ‘라이프 온 마스’에서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다채로운 연기력으로 진가를 재입증했다.
동시에 스크린에서도 장르를 불문하고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전석호는 ‘굿바이 싱글’ ‘봉이 김선달’ ’작은 형’(2016), ‘미열’ ‘직무유기’(2017), ‘봄이가도’ ‘미쓰백’ ‘늦여름’ (2018) 등 크고 작은 영화들에 출연했다. 특히, 주연으로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 ‘봄이가도’에서 아내의 빈자리를 느끼며 살아가는 남편을 연기한 전석호는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여리고 순정적인 모습으로 새로운 인상을 남겼다. 일상을 들여다볼수록 절절한 아픔이 묻어나는 전석호의 섬세한 감정 열연이 괄목할 만하다. 같은 해 개봉한 ‘늦여름’도 그의 잔잔한 멜로 연기 변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밖에도 전석호는 연극 ‘인디아 블로그’, ‘터키블루스’, ‘불령선인’, ‘인사이드 히말라야’, ‘트루웨스트’, ‘밀레니엄 소년단’, ‘낫심’, ‘라틴아메리카 콰르텟’ 등 무대에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선 굵은 강렬한 캐릭터부터 능청스럽고 유쾌한 캐릭터까지 폭넓은 소화력의 원천을 엿볼 수 있다.
한편, 전석호는 현재 ‘킹덤’ 시즌2와 KBS 2TV 새 월화드라마 ‘국민 여러분’을 촬영 중이다. ‘국민 여러분’에서는 한상진(태인호)의 대학 동기이자 그의 선거캠프에서 정책을 담당하는 강현태 역을 맡았다. 천의 얼굴을 가진 전석호의 각기 다른 매력이 기대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