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쇼핑몰 ‘k11’ 전경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심상권 내 쇼핑몰 몇 곳이 전부였던 상하이는 국내 여행객들에게 쇼핑 천국으로 자리를 잡은 지 이미 오래다. 거대한 대륙은 복합몰 각각의 성격이 과거 명품·패션 중심에서 주거지로 범위를 넓히며 생활밀착형 매장으로 확대되고 있었다. 지난 14·15일 찾은 상하이 중심지 신천지와 주거 밀집지역인 샨린에서 만난 쇼핑몰들은 각각의 강점을 내세워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상하이, 4~5년 사이 급증한 복합쇼핑몰=중국의 경제수도로 꼽히는 상하이의 경우 시내에 분포한 쇼핑몰 수만 어림잡아 100곳에 이른다. 이미 2000년대 후반부터 글로벌 시장에서는 쇼핑몰 산업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2007년 이미 상하이 내에서 영업 중인 쇼핑몰 수가 54개에 달했다.
본격적으로 중국에서 복합쇼핑몰이 급증한 분기점은 4~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글로벌하버·IAPM·K11·IFC몰 등 국내 여행객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진 대형 복합쇼핑몰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게 2013~2014년 무렵. 이들은 상하이가 중국에서 소득 수준이 가장 높다는 특성을 좇아 각종 명품 브랜드들을 유치하며 고객들을 공략했다.
동시에 중심상권 위주에 몰려 있던 쇼핑몰도 점차 주거 밀집지역 등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상하이에서 5년째 주재원으로 근무 중인 박진호씨는 “한국인이 주로 거주하는 훙첸루 지역에도 쇼핑몰이 2개나 새롭게 생겨났다”며 “상하이 전역으로 쇼핑몰들이 확산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올해만 해도 상하이에 새로 문을 여는 초대형 복합몰이 11곳에 달한다. 프랑스 라파예트백화점, 멀티플렉스 영화관 등이 입점하는 쇼핑몰이 오픈 예정이고 총면적 70만㎡ 이상에 달하는 ITC몰의 경우 명품관, 고급 오피스텔과 호텔 등이 한자리에 모인 복합몰로 문을 연다. 쇼핑몰 산업의 판이 커지면서 안도 다다오, 토머스 헤더웍 등 유명 건축가들이 설계한 쇼핑몰도 개점을 기다리고 있다.
◇체험형 콘텐츠 앞세워 주택가로 확산=중국에서 복합쇼핑몰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는 상하이를 비롯한 대도시에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쇼핑몰 ‘샨린인샹청’의 운영을 담당하는 장윈하이 총감은 “전통적 의미의 백화점이 그동안 유통업을 이끌어왔지만 체험형 공간 등 강점을 앞세운 쇼핑몰을 따라갈 수가 없어 매출이 감소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주택밀집지역으로도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 대부분은 면적 10만㎡ 안팎의 중대형 복합몰로 인민광장·신천지 등 중심가 오피스 상권의 호화 복합몰보다는 작지만 지역 주민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수도권 복합몰들을 중심으로 드러나는 특징과 비슷하다.
이들은 주거지역의 특성상 가족 단위 고객이 많은 점을 고려해 사람들이 와서 먹고 마시고 즐기며 구매할 수 있는 브랜드 유치에 힘을 기울인다. 허마셴성·용후이슈퍼 등 신선식품 매장을 비롯해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스타벅스 등의 커피전문점 등은 필수 입점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젊은 층 소비자들에게 인기 있는 일종의 파워블로거 ‘왕훙’의 입소문을 탄 브랜드도 필수 유치 대상이다. 장 총감은 “최근 들어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끄는 차류 브랜드인 ‘헤이티(희차)’ 매장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간단한 놀이터를 비롯해 게임장, 실내 롤러스케이트장 등 유아동을 위한 시설도 수반된다. 특히 공룡 뼈 화석 모형, 유니콘 모형 등 아이들의 이목을 끌 만한 조형물을 쇼핑몰 입구 정면 등 눈에 잘 띄는 곳곳에 배치한다. 최근 들어서는 쇼핑몰의 경우 친밀감을 높이고 체험 비중을 강화하는 쪽에 초점을 맞춘다는 설명이다.
쇼핑몰 ‘샨린인샹청’ 초입에 설치된 공룡 뼈 모양의 화석 모형. 어린이들의 시선을 끌어들이는 시설물로 통한다. /박준호기자
중국 상하이 중심가에 위치한 복합몰 ‘K11’ 외부에 막스마라와 샤넬 매장이 들어설 것임을 알리는 간판이 설치돼 있다. /박준호기자
쇼핑몰 ‘K11’ 로비에 설치된 미술작품. 갤러리와 쇼핑몰의 융합을 표방한다. /박준호기자
◇중심가 쇼핑몰은 명품관, 예술품 문화공간 등으로 차별화=중심상권에 있는 쇼핑몰들도 각자 강점을 보이는 분야를 공략하며 타깃 소비자층을 저격했다. 주거지역에서 먼 위치를 감안해 문화공간과 결합한 복합몰을 추구하거나 젊은 층 소비자를 겨냥해 굳이 명품이 아니라도 패션에 특화된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등 쇼핑공간으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는 모습이다.
상하이 중심가 화이하이중루에 있는 쇼핑몰 ‘K11’의 경우 기존 쇼핑몰과 달리 예술 중심의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한다. 쇼핑몰 입구에 있는 대형 유리 구조물이 독특한 정체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009년 홍콩에 첫 쇼핑몰을 성공적으로 오픈한 후 중국 본토로 진출한 것으로 까르띠에·막스마라·샤넬 등 다양한 명품 브랜드 매장과 더불어 곳곳에 예술작품을 배치함으로써 갤러리와 쇼핑몰의 결합을 추구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에는 ‘핑크 러브’라는 이름으로 대형 프로모션을 진행해 매출을 전년 동기 대비 33% 신장시키기도 했다. 프로모션 기간에 K11은 ‘핑크색이 세상을 구한다’는 테마 아래 매장 곳곳에 이와 연관된 예술작품을 전시했고 핑크색으로 도색한 버스가 시내를 움직이며 광고판 역할을 했다.
역시 신천지에 위치한 신천지스타일의 경우 상하이의 패션피플들에게 주목받는 대표적인 곳이다. 시슬리·캘빈클라인·올리브데올리브·나인웨스트 브랜드들을 대거 배치했고 중국에서 뜨고 있는 자국 브랜드 매장도 함께 입점돼 있다. /상하이=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