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앙리 플라망드 맨GLG CIO
바스티유 감옥 습격 사건이 발발하기 이틀 전 루이 16세와 라로슈푸코 리앙쿠르 후작이 나눈 대화는 유명한 일화다. 왕이 물었다. “반란인가?” 후작이 답했다. “아닙니다, 전하. 이것은 혁명입니다.”
2019년은 세계 경제가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되는 원년이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노란 조끼 시위, 오성운동과 동맹당, 극우 포퓰리즘 정부가 집권한 필리핀·브라질·폴란드 및 헝가리 등 이 모든 것들이 거대한 시류의 변화를 나타내는 현상이다. 이런 변화는 탈세계화, 재정적자 심화, 중앙은행의 독립성 약화, 통화 긴축, 기업실적 압박 등으로 향하고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러한 변화의 규모나 기간, 변화의 방향,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자산 가격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줄 것인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브렉시트는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이 얼마나 시장에 큰 혼돈을 불러올 수 있는지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다.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나 상대적으로 무난했던 ‘노르웨이 스타일’의 합의, 그리고 브렉시트 철회까지 여러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 역시 변덕스러움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S&P500지수 수준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읽고 매파적 입장을 다소 후퇴시켰다. 조만간 미국·중국 무역협상이 타결된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유럽 경제의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경기부양을 위한 유럽중앙은행(ECB)의 개입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노란 조끼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함에 따라 국내총생산(GDP)의 0.4%에 달하는 100억유로의 예산을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유류세 인상 보류에 따른 40억유로의 세수감소까지 더한다면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100%를 넘어서게 되고 재정적자는 GDP의 3.4%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프랑스의 재정적자가 3.4%까지 커진다면 올해 이탈리아의 재정적자 목표치인 GDP의 2.04%를 EU가 계속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미국의 재정적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트럼프 정부는 정치적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정지출 확대만을 부르짖는 것처럼 보인다. 투자자가 어떤 관점을 취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몹시 암울해 보일 수도 있고 또는 상대적으로 유망해 보일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에 철저한 보텀업 분석을 기반으로 한 롱쇼트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뀔지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어쩌면 세계 경제의 구조적 변화는 시대를 역행하는 ‘반란’이 아니라 세계 경제를 보다 건강하게 만드는 ‘혁명’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