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공론화위 구성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있어 출범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산업부는 지난해 업무보고 등을 통해 올 1월 공론화위를 출범시킨 뒤 오는 9월 정기국회 입법을 목표로 7~8개월간 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론화위 구성이 늦어지면서 당장 시급한 건식저장소 증설도 늦춰질 전망이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기준 월성 원전에 위치한 건식저장소의 연료봉 다발수는 31만 3,200개다. 이는 전체 저장용량 33만 다발 중 96%에 해당한다. 지난해 대규모 원전의 정비로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포화시기가 늦춰졌지만 늦어도 내후년 월성 원전은 원자로 내 수조와 건식저장소가 포화될 상황이다. 포화가 임박하면 월성 원전은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이 외에도 2016년 정부 예측 기준에 따르면 2024년 고리 1~4호기를 시작으로 한빛 1~5호기(2037년), 신월성 1~2호기(2038년) 등이 잇달아 포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216A08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포화량(16판)
공론화위가 구성되더라도 건식저장소의 증설 문제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월성 원전 부지 내에 건식저장소를 추가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지만 벌써부터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로 구성된 경주 방폐장협의회는 “산업부와 한수원은 월성 원전 부지내 건식저장시설이 사용후핵연료 관련시설이 아니라는 말장난 논리로 경주에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을 늘리려 하고 경주시 밖으로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할 방법과 현실성 있는 계획도 없다”면서 “산업부와 한수원은 특별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경주에 사용후핵연료를 쌓아두는 것을 중지하고 근본적 해결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공론화위 구성과 역할도 확정되지 않았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영구처리 저장 시설을 이번 공론화위에서 논의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며 “의제를 광범위하게 선정할지, 시급한 문제만 다룰지에 대해 정부가 고민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위원 구성도 문제다. 지난 2015년 구성된 공론화위에서는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참여를 거부하면서 ‘반쪽’ 공론화위란 지적도 나왔다. 산업부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처럼 관리 전문가들로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공론화위가 구성된다면 건식저장소 증설 문제를 빠른 시일 내에 확정하겠다”고 답했다.
원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탈원전에 매몰돼 정작 중요한 문제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며 “저장소 증설을 늦추기 어려운 만큼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