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업체들의 저가공세로 삼성전자(005930)의 글로벌 TV 점유율(수량 기준)이 7년 만에 20% 아래로 떨어졌다. 2위인 LG전자(066570)의 점유율도 소폭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이 하락하는 동안 중국 업체들은 가성비를 앞세워 야금야금 점유율을 높였다.
21일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TV 시장 점유율은 18.7%로 전년(20.0%) 대비 1.3%포인트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4분기 누적 18.5%의 점유율을 기록한 후 4·4분기에 마케팅을 강화해 1,295만대를 파는 등 점유율을 19.2%(4·4분기 기준)까지 높였으나 20% 선을 지키지는 못했다. 삼성전자의 TV 시장 점유율이 20% 아래로 하락한 것은 지난 2011년 19.2%를 기록한 후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TV 시장 점유율 하락은 중국 업체의 저가공세 때문이다. 줄어든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고스란히 중국 업체들이 가져갔다. TCL의 점유율은 8.0%로 전년(7.1%) 대비 0.9%포인트 상승했으며 하이센스는 6.1%에서 7.2%로 1.1%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샤오미는 0.4%에서 4.3%로 시장 점유율을 4%포인트 가까이 끌어올렸다.
◇점유율 빠져도 프리미엄 전략 유지=삼성전자의 지난해 TV 판매 대수는 4,138만대로 전년 대비 4.0%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5,000만대가 넘는 TV를 팔았으나 이후 판매 대수가 계속 줄어 지난해에는 4,000만대 초반을 겨우 유지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TCL(1,772만대), 하이센스(1,594만대), 샤오미(942만대) 3사가 지난해 판매한 TV는 총 4,308만대로 삼성전자보다 많다. 특히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7%로 전년(2.7%) 대비 1.0%포인트 빠졌다.
삼성전자의 TV 판매 대수는 줄었지만 매출액은 사상 최대치인 336억달러로 전년 대비 50% 가까이 증가했다. 삼성전자 TV 판매에서 약 5분의1 정도를 차지하는 퀀텀닷(QLED) 분류 기준이 LCD에서 별도 기준으로 바뀌면서 판매 단가가 올라간 것을 감안해도 크게 늘었다. 판매 금액 기준 삼성전자의 TV시장 점유율은 29.0%로 전년 대비 2.5%포인트 상승해 사상 처음으로 30%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이익 기준 점유율을 지키겠다는 전략이 통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TV 제조업은 고정비가 큰 산업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판매 수량(volume) 경쟁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8K·4K·QLED 등을 앞세워 초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4·4분기 고가 제품인 QLED 판매가 110만대로 전 분기(66만대)보다 크게 늘었다.
◇거센 중국의 공세 견딜 수 있을까=삼성전자가 수익성 위주로 TV시장을 끌고 가더라도 수량 기준 점유율 하락을 계속 용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표 가전인 TV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의 마지노선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3·4분기까지 분기별 900만대 수준을 판매하는 데 그쳤으나 4·4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36% 증가한 1,295만대를 팔아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특히 중국뿐만 아니라 선진 시장인 북미·유럽 시장에서도 점유율 하락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삼성전자가 올해 수익성 못지않게 점유율 회복에 신경을 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북미 시장 점유율은 23.8%를 기록해 2년 전인 2016년(30.4%)과 비교하면 6.6%포인트 빠졌으며 같은 기간 유럽 시장 점유율은 32.2%에서 26.3%로 줄었다. 이 가운데 북미 시장의 경우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하락하는 동안 TCL과 하이센스의 점유율은 8.7%에서 20.0%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앞으로도 삼성전자의 점유율 회복에 가장 큰 걸림돌은 중국 업체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TV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패널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IHS마켓에 따르면 중국 BOE는 지난해 4·4분기 75인치 초대형 LCD 패널 생산량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75인치 패널을 생산하기 시작한 BOE가 단기간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034220)를 앞지른 것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최근 TV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면서 TV 세트 업체들에 부담이 되고 있다”며 “국내 TV 제조업체들이 점유율을 지키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차별화에 대한 고민이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