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말 찾은 서울의 한 유명 키즈카페에서는 한 여자아이가 목욕 가운을 입고 족욕기에 발을 담그고 있다. 족욕기에는 라벤더향이 나는 족욕제가 들어 있었다. 족욕을 마친 아이는 얼굴에 마스크팩을 붙였다. 그 사이 직원이 아이의 손톱에 병아리 모양의 캐릭터를 네일아트로 그렸다. 아이와 같이 온 부모는 스마트폰에 아이의 모습을 담느라 분주했다. 이날 키즈카페를 방문한 부모 A씨는 “아이가 평소에 오고 싶어했다”며 “아이의 스트레스도 풀리는 것 같아 보기 좋다”고 말했다.
손·발톱 관리, 마사지 등 성인들의 전유물이었던 에스테틱 문화가 어린아이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 자녀를 ‘공주’처럼 키우고 싶은 부모의 심리를 기반으로 소비문화가 조성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른 나이에 화장과 마사지 등에 노출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뷰티살롱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어린이 전용 뷰티살롱은 키즈카페 내 체험형 공간으로 운영되거나 별도의 매장에서 어린이 손님을 받는 식으로 영업 중이다. 이곳에서는 아이의 얼굴·발·종아리를 마사지해주거나 손·발톱에 캐릭터 매니큐어를 칠해주고 머리를 손봐주는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가격대는 1만5,000원에서 4만원대로 높은 편이다.
높은 가격대에 비해 아이들 사이에서는 ‘공주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소문이 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주 말 방문한 매장에서는 열 살도 채 안 된 여자아이 10여명이 립스틱을 바르고 발마사지를 받고 있었다. 네 살배기 딸을 체험시켰다는 한 이용자는 “가격이 싼 편은 아니지만 가끔 포상 차원에서 아이를 데려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른 나이에 성인과 같은 문화에 노출되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 부모는 자녀에게 모든 것을 다해줄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춘 경우가 많다”며 “뷰티살롱도 그런 심리에서 비롯됐지만 화장이 아이의 소비행태로 굳어지는 것은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색소 등 화장품에 들어간 성분이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성인과 달리 아이들은 다 성장하지 않은 상태”라며 “아동용 화장품의 경우 달콤한 향을 첨가하는데 아이가 섭취할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영·한민구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