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관여 활동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21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2년 6개월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을 면한 뒤 재판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관여 활동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1심에서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김태업 부장판사)는 21일 김 전 장관의 군형법상 정치관여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그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에게 “피고인의 범행은 주권자인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왜곡함과 동시에 정당과 정치인의 자유경쟁 기회를 침해하는 결과를 야기했다”며 “국가 기관이 특정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자유로운 여론 형성 과정에 불법으로 개입하는 건 어떤 명분으로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다만 김 전 실장에게 별도의 구속 영장을 발부하진 않았다. 김 전 실장이 ‘세월호 보고시간 조작’ 혐의로 별도의 재판을 받고 있고 구속 적부심으로 구치소에서 풀려났던 만큼 항소심도 불구속 상태로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재판부는 봤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헌법 5조 2항에서 규정한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중대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 조항은 과거 군이 정치에 깊이 관여해서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한 불행한 역사를 반성하는 차원에서 6월 항쟁 이후 헌법에 명문화한 것”이라며 “그런데도 국방부 최고 책임자인 피고인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해 국민이 갖는 군에 대한 기대와 믿음을 저버렸다”고 질타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장관은 북한의 대남 심리전에 맞서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작전이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적법한 사이버심리전 범위를 벗어나 정작 자유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야기했다”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명분이 정당하다고 해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범법까지 면책되는 건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국방부 조사본부의 수사를 방해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김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말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이버사의 정치 관여 의혹을 수사하는 것을 방해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재판부는 “수사와 재판에서 실체적 진실 발견을 방해하는 행위는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범죄”라며 “피고인의 지시로 제대로 수사할 수 없었던 조사본부 소속 부대원들은 직업적 양심에 반하는 행동으로 심한 내적 갈등을 겪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김 전 장관이 2012년 6월 사이버사령부가 댓글 공작에 투입할 군무원을 새로 채용할 당시 친정부 성향을 지녔는지 판별하도록 신원 조사 기준을 변경하고, 호남 지역 출신은 배제토록 조치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에 대해선 검찰 증거만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결론 지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과 공모해 댓글 작전을 지시한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에게는 금고 1년6개월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다만 임 전 실장이 2011∼2013년 사이버 사령관들에게 2,8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선 재판부는 대가 관계가 없는 정보 활동비에 불과하다고 봤다. 이들과 함께 재판을 받은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의 경우 정치관여 혐의는 무죄, 군사기밀 문건을 유출한 혐의는 유죄가 인정돼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