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난은 딴 나라 얘기"…체감 못하는 세입자들

서울 아파트 전셋값 떨어졌지만
종로·관악·중랑·성동구 등은
직주근접 신규 단지 중심 강세
2년 만기되자 집주인들 '수천만원씩' 올려
공급적었던 양천·관악·중랑도 소폭 상승


# 다음 달 전세 만기를 앞둔 A 씨는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 7,000만 원을 올려달라는 소리를 듣고 어리둥절해했다. 맞벌이 부부인 그는 직장과 가까운 마포구 북아현동 e편한세상신촌 전용 84㎡ 아파트 전세를 2년 전 5억 8,000만 원에 구해 살고 있었다. 최근 전셋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에 안심하고 있던 A 씨는 “갑자기 거액을 마련하느라 진땀을 뺐다”며 “역전세난은 다른 나라 얘기”라고 토로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연이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일부 지역의 세입자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종로·중·성동·동작구 등 도심 인근 지역의 신축 단지와 양천·관악·중랑구 등 공급이 적었던 지역의 아파트들은 오히려 2년 전 대비 전세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전세 가격이 한창 올랐던 지난해 가을에 비해서는 하향 조정이 됐지만 전세 갱신 기간인 2년을 기준으로 보면 전세가가 올라 세입자들의 ‘역전세난 체감도’는 크게 떨어졌다.

21일 한국감정원의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지수를 분석한 결과 2017년 2월 6일 대비 2019년 2월 11일 기준으로 종로구(5.3%), 관악구(4.9%), 중랑구(4.2%), 중구(3.8%), 양천구(3.4%), 동작구(3.2%), 구로(3.11%) 등은 전세가격이 되레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동대문(2.1%), 은평(2.19%), 마포(2.21%), 금천(2.89%)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서초구(-7.2%), 송파구(-3.4%), 강남구(-2.2%)는 2년 전에 비해 하락폭이 컸으며 강동(-0.2), 용산(-0.9%)도 내렸다.


단지별로 보면 출퇴근이 손쉬운 직주근접의 입지에 들어선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강세를 띠었다.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국토교통부의 전세 실거래가 내역을 보면 동작구 흑석동, 성동구 옥수동, 성동구 하왕십리동, 마포구 아현동, 종로구 홍파동 등의 신축 단지들은 오히려 전세가격이 전용 84㎡ 기준 2년 전 대비 수 천 만 원에서 1억 원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예로 종로 경희궁 자이3단지 전용 59㎡의 경우 2017년 2월 전세시세가 5억 7,000만 원~6억 원선이었으나 이달 들어 전세가 7억 원에 실거래됐다. 지난해 11월 7억 2,000만 원에 비해서는 내렸지만 2년 전에 비해 크게 오른 값이다. 2012년 입주한 성동구 래미안옥수리버젠의 전용 84㎡의 경우 최근 8억 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2년 전 전세가격 보다는 1억 원 가량 뛴 것이다. 이 단지 전용 59㎡는 이달 들어 5억 3,500만 원~ 5억7,000만 원대에 3건의 전세가 거래됐다. 2년 전 실거래가 5억~5억 6,000만 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하왕십리동 센트라스 전용 84㎡도 2년 전 실거래가 평균이 5억 8,000만 원선이었으나 이달 들어 거래된 실거래 6건의 평균은 6억 7,800만 원이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전세가격은 지난해 9월 이후 송파구, 강동구 등을 중심으로 하락 폭이 컸다”며 “그러나 2017년~2018년 워낙 전세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2년 전 계약을 체결한 세입자 중에서 전세가 하락을 체감하는 경우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 주에도 낙폭이 커지면서 매매·전세가 하락세가 계속됐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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