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베트남 ‘성공 모델’ 재현 쉽지 않은 이유는?

손성원 “‘왕조식 독재’ 北, 베트남처럼 개방할지 의문”
北옆에 기회 줄 수 있는 韓 있는 건 베트남 비해 이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북한이 베트남식 개혁·개방의 성공 모델을 벤치마킹해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에 대해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겸 경제컨설팅사 ‘SS 이코노믹스’ 대표는 21일(현지시간) “북한의 개혁·개방이 추진된다면 베트남식 모델이 한국에 가장 좋은 방안” 이라면서도 “북한과 베트남의 상황은 유사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아 김 위원장의 개방 의지가 적잖이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 교수 겸 SS이코노믹스 대표

손 교수는 우선 북한의 개혁개방을 위해서는 대북제재가 풀려야 하고, 이를 위해선 북미간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진전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어 베트남과 북한은 미국과 전쟁을 치른 역사가 있고, 전후 경제가 혼란스러웠으며 베트남 역시 통일 전에는 남북으로 분단돼 있었다는 점에서 유사점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차이점도 적지 않다고 손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베트남은 개혁개방 과정에서 외국에 인터넷을 포함해 정보의 문을 활짝 열었지만 북한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상당부분 외부와의 정보 차단을 원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제한적 개방을 원하는 북한이 ‘경제특구’를 선호하는 이유다.

손 교수는 베트남이 사회주의 국가지만 권력 집중을 제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반면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모든 권력을 쥐고 반대자를 허용하지 않는 ‘왕조식 독재국가’를 구축하고 있어 전면적인 개방은 쉽지 않을 것으로 짚었다. 그는 “북한이 제한적 개방을 하더라도 언제든 문을 닫을 수 있는 예측 불가의 정치적 위험과 북한의 인권 문제 등도 있다”고 추가 리스크들로 꼽았다.

손 교수는 그러나 북한은 베트남과 달리 필요한 경제적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한국이 옆에 있는 것은 최고의 ‘이점’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경제개발을 지원하면 북한의 경제 개발은 크게 가속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기자에게 “북한이 베트남식 개혁·개방의 길을 걸으면 최소 10년 이상 연 10% 이상의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 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