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초대석] "편한 시절은 끝나...수확 거둘때 해외기관과 공동투자로 수익낼것"

신규 투자는 시장 내려가도 버틸 수 있는 자산만
올해 5% 수익률 목표...주식은 올해 수익 내기 어려울 것

장동헌 행정공제회 사업이사가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공제회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 시그널과 인터뷰하고 있다/이호재기자.

투자자의 진짜 실력은 시장이 내릴 때 드러난다. 1990년대 말 시장이 좋을 때 ‘박현주 펀드’와 경쟁했던 장동헌 행정공제회 사업이사(CIO). 그는 이번에 52명의 행정공제회 대의원에게 ‘떨어지는 시장에서 살아남겠다’는 15분간의 스피치로 연임에 성공했다. 연임 결정 이후 서울경제신문 시그널 팀과 만난 장 이사는 “편한 시절은 지났다. 올해는 투자한 수확을 거두고, 시장이 내려가도 버틸 수 있는 것만 선택할 것” 라며 시장을 방어하는 투자 구상을 설명했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행정공제회의 지난해 투자 결과와 올해 목표는?

- 지난해 4·4분기가 힘들었지만 플러스 수익률은 되는 것 같다. 운용자산은 12조 2,000억원 정도다. 전 세계적으로 국민연금처럼 주식·채권 위주로 투자한 곳은 마이너스 2~4%인 데가 많은 것 같다. 다만 저희는 연금과 달리 매년 회원에게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당기순이익을 내야 한다. 올해 공식 목표 수익률은 4.6%지만 저희끼리는 5%는 내야 한다고 목표를 잡았다.

△올해 투자방향은 어떻게 설정했나?

- 올해는 안정성을 좀 더 기하겠다. 시장이 내려가도 버티는 자산에 투자하겠다. 자산별 비중은 주식은 낮추고 채권을 좀 더 높이겠다. 대체투자의 비중은 유지하되, 내용이 많이 바뀔 것이다. 그 동안은 신규투자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투자한 것 중 적정 가격에 왔거나 앞으로 가격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자산을 매각할 것이다.

△대체투자 가운데 신규 투자를 고려하는 대상은?

- 부동산 대출과 투자를 늘릴 계획인데, 미국과 일본에서 멀티패밀리(고급 아파트 개념)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블라인드펀드(투자 대상을 사전에 정하지 않은 펀드)이긴 한데 불특정 다수의 기관투자자가 들어오는 것은 아니고 소수의 투자자만 합류하는 형태다.

미국은 특정 글로벌 기관투자자와 둘이서 펀드를 조성해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자산 중 회수하는 대상은?

-국내외 오피스 빌딩은 성숙한 상태여서 일부 이익 실현 할 것이다.

같은 부동산 자산이어도 멀티패밀리나 물류시설, 혹은 안정적인 대출 형태를 보고 있다.

△대체투자 중 인프라 투자 차원에서 공항이나 도로 등의 자산에는 관심 있나?


- 공항이나 도로는 이제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다. 주요 도시에 공항과 도로가 이미 많이 깔려 있다. 또한 저가항공사가 등장하고 이커머스 발달로 항공화물이 늘어나면서 노선과 물동량이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대신 지난해 호주나 영국의 정부에서 일정 요율을 보장하는 인프라 시설 자산에 투자했다. 자원이나 사용량의 변동에 관계 없이 시설만 유지 보수하면 일정한 수익을 보장해 주는 자산이다.

△해외기업투자 중 주목하는 대상은

- 스페셜시츄에이션(구조조정 등 기업의 특수한 상황에 투자하는 펀드)나 디스트레스(일시적인 이유로 저평가)된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를 눈여겨 보고 있다. 시장이 얼어붙기전에 미리 그런 펀드에 가입해 두면 저가 매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다른 기관투자자에 비해 비교적 선방했는데, 비결을 꼽자면

- 우리보다 경험이 많은 해외 주요 연기금과 교류를 확대하면서 그들의 경험을 공유한 것이다. 보통 해외 펀드 투자는 여러 기관투자자 중 하나로 들어가지만 우리는 캘리포니아교직원 조합과 텍사스교직원 연기금과 각각 부동산 대출 펀드를 조성했다.

덕분에 전 세계 가장 좋은 투자 물건을 가장 먼저 검토할 수 있고, 이들이 대형 컨설팅 회사에서 검증한 결과를 참고할 수 있었다. 투자자가 둘이기 때문에 상황 변화에 빨리 대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수 많은 기관투자자 중에 규모가 크지 않은 행정공제회가 그렇게 할 수 있는 계기는?

- 2년 전 직원 한 사람이 캐나다에 있는 부동산 자산운용사에 연수 갈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그 직원에게 캐나다연기금이 혁신적으로 투자하니 최대한 많이 만나라고 당부했다. 결과적으로는 미국 연기금과 같은 부동산 자산운용사 고객인 것을 파악하고 그 운용사를 통해 함께 펀드를 만들 수 있었다. 미국 연기금도 아시아 투자를 늘리려는 계획이어서 우리와 손잡게 됐다.

△올해 주식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는지?

-국내나 해외나 주식시장은 지난해 연말이나 올해 초를 놓쳤다면 올해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우리는 지난 3년간 주식 자산을 줄여나가고 있고, 현재 15~16%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기관투자자가 투자에 소극적이고 대출 위주라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맞는 이야기지만 공제회는 매년 현금을 만들면서 리스크를 막아야 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이후 다들 일종의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 상당기간 성장에 기댄 투자는 하기 어려운 구조다.

/임세원 김민석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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