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 핵 동결과 대북제재 완화를 맞교환하는 이른바 스몰딜 가능성을 다시 한번 시사했다. 그는 21일 미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미협상의 목표는 완전한 비핵화”라며 “위험을 상당히 줄였다고 확신할 때까지 압박을 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북한 비핵화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핵 동결 수준의 위험축소 조치만 있다면 제재를 완화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는 “미국민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핵 무장된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줄여야 한다”며 “그런 다음 그 대가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 북한 국민을 위한 보다 밝은 미래에 대해 작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미협상의 최우선순위가 한반도 평화가 아니라 미국민의 안전임을 명확히 한 것으로 이런 식이면 미국민의 안전만 확인되면 완전한 비핵화 없이도 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


미 고위당국자가 같은 날 2차 북미회담 의제로 갑자기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프로그램의 동결’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북핵을 한번에 해결하기 어려우니 목표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에 두되 우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가 끝나는 2020년까지 동결하자는 이른바 ‘선 동결 후 폐기’의 단계적 절차를 밟자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발언도 우려된다. 그는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제재를 풀어주고 싶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조건으로 내세우기는 했지만 미 대통령의 입에서 제재를 풀고 싶다는 말이 나온 것만으로 제재 완화 쪽으로 성큼 다가갔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은 북미회담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협상타결의 문턱을 계속 낮추고 있다. 그들 입장에서야 북한이 더는 핵실험을 하지 않고 미 본토까지 날아올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폐기하면 그만일 수 있다. 하지만 북한과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는 우리는 완전한 비핵화 없이 하루도 편하게 잠을 잘 수 없다. 우리 정부는 스몰딜로 합의하는 2차 북미회담은 실패라는 점을 미국에 전달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을 이끌어내도록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