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24/7]하루 1만2,000번 울리는 경보...'그들' 발걸음 끝까지 따라간다

■위치추적 중앙관제센터 가보니
전자발찌 착용자 24시간 위치 추적
위반 경보음 울리면 전담직원 출동
도입 10년만에 재범률 ⅛ 수준 뚝
피해자보호장치·CCTV와 연계 등
조두순 포비아 맞춰 기술개발 매진
전자발찌 착용자 10년새 20배↑
관제센터 직원은 4배 증가 그쳐
기술 좋아져도 인력 충원 절실

법무부 서울보호관찰소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 직원이 서울 동대문구 센터 관제실에서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파악되는 전자발찌 착용자의 위치를 가리키고 있다./권욱기자

‘광주의 A씨 전자장치신호 실종, 안산의 B씨 출입금지 버퍼존 진입, 강릉의 C씨 출입금지 위반’

지난 14일 서울 동대문구 법무부 서울보호관찰소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 2층. 정면에 있는 대형 모니터 화면 지도에 전자발찌를 부착한 착용자의 위치와 이동방향 등이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전자발찌 착용자가 학교나 어린이집에 가거나 해당 시설 근처로 접근하면 경보가 울린다. 착용자가 전자발찌를 훼손하는 경우는 경보 중에서도 가장 위험하다. 이날 오전11시까지 2,026명이 준수사항을 위반해 경보가 울렸다. 한상경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 과장은 “위반사항에 따라 경보음이 다 달라 경보음만 듣고도 무슨 내용을 위반했는지 알 수 있다”며 “하루에만도 약 1만2,000건의 경보가 울린다”고 말했다.

재범 위험이 높은 범죄자에게 전자장치를 부착해 365일 24시간 내내 착용자의 위치와 이동경로·상태를 파악하는 전자감독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다. 10년 새 전자발찌 착용자가 20배 이상 증가하면서 중앙관제센터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11년 전 초등학생을 잔혹하게 성폭행해 공분을 샀던 조두순이 내년 출소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의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중앙관제센터는 다양한 장치를 개발해 사건을 예방하고 재범률을 낮추는 데도 힘쓰고 있다.


본지 기자가 전자발찌를 착용해보고 있다./권욱기자

◇재범률 8분의1 수준으로 뚝…범죄예방 효과 톡톡=3일 전자발찌 착용자 D씨가 오후10시30분께 자택이 아닌 외부에 있는 것이 확인되자 경보가 울렸다. 즉각 관제 직원이 전화연결을 시도했지만 D씨는 이를 받지 않았다. 가까스로 연결된 전화통화에서 D씨는 택시를 타고 이동 중이라고 했지만 관제센터에 잡힌 이동경로가 집으로 가는 방향이 아니었다. 택시 기사가 여성으로 확인되자 경찰이 긴급 출동했다. 경찰은 기사를 성폭행하려던 D씨를 검거했다.

D씨의 사례는 전자감독 제도를 통해 범죄를 예방한 대표적인 경우다. 전자감독 제도는 성폭력범, 미성년자 유괴범, 살인범, 강도범의 신체에 위치추적 전자장치인 전자발찌를 부착해 24시간 착용자의 위치와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으로 재범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됐다. 착용자가 저지른 범죄 종류, 판결 결과에 따라 특정 시간대 외출 제한, 특정 지역·장소 출입금지, 주거지역 제한, 특정인 접근 금지 등의 준수사항이 부과된다. 위반할 경우 경보가 울리고 전담 직원이 출동한다.

실제로 기자가 관제센터에서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금지구역인 가상의 어린이집에 다가가자 발목에서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 금지구역을 벗어날 때까지 전자발찌에서 비정기적으로 진동이 울렸다. 전자발찌를 찬 상태에서 ‘출입금지구역인 줄 모르고 왔다’는 식의 변명은 통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 전자발찌 착용자의 77.5%는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다. 이어 살인범(18%), 강도범(4.1%), 유괴범(0.4%) 순이다. 특히 성범죄에서 전자발찌의 범죄예방 효과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전인 2004~2008년 성범죄자의 동종 재범률은 14.1%였으나 제도 시행 후 8분의1 수준인 1.83%로 급감했다.


◇‘조두순포비아’ 맞서 기술개발 박차=최근 경찰 및 교정당국의 시선은 2008년 초등학교 1학년생을 성폭행한 뒤 교도소에 수감 중인 조두순에게 향해 있다. 내년 출소하는 조두순은 현행법에 따라 7년간 전자발찌를 차게 되지만 피해자 가족을 대상으로 한 보복이나 재범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적지 않다.

이에 중앙관제센터에서는 피해자 보호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피해자가 장치를 가지고 다니다가 전자발찌를 착용한 가해자가 1㎞ 이내로 접근하면 관제센터에 경보가 울리는 식이다. 현재는 전자발찌 착용자가 피해자의 집과 회사 등에만 접근하지 못하도록 설정돼 다른 장소에서 피해자를 만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한 과장은 “경보가 울리면 보호관찰관·경찰이 전자발찌 착용자에게 출동한다”며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키우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를 계획해 하반기에 도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자발찌 착용자의 위치정보를 넘어 행동정보까지 파악하기 위해 폐쇄회로(CC)TV와 연계하는 사업도 추진된다. 착용자가 출입금지구역인 학교 근처에 있어 경보가 울리면 학교 인근의 버스정류장이라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 관제센터에서는 이동속도 등을 통해 진짜 버스를 타는지 확인할 수밖에 없다. CCTV가 연동되면 관제센터에서 착용자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지, 학생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려 하는 것은 아닌지 등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다음달 대전을 시작으로 오는 6월부터는 서울에서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한상경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 과장이 개발 중인 피해자 보호장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권욱기자

◇기술 좋아졌어도 턱없이 부족한 인력=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이를 활용할 사람이 부족하면 무용지물이다.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가 고민하는 것도 바로 인력 문제다. 전자발찌 착용자는 2008년 151명에서 지난해 3,126명으로 20배가량 증가했지만 관제직원은 13명에서 52명으로 4배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다.

365일 24시간 위치추적을 해야 하는 만큼 상당한 규모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늘 인력 부족에 허덕인다. 가장 위험등급이 높은 훼손경보가 2~3개 동시에 울리면 말 그대로 비상이다. 착용자의 특성·위치·환경 등을 고려해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 선택받지 못한 경보가 울린 곳에서 사건이 일어나도 현재 인력으로는 속수무책인 셈이다. 앞으로 CCTV 영상까지 연동되면 업무량이 폭주할 게 뻔하다.

전자감독 전담직원 역시 지난해 기준 162명으로 1인당 맡는 사건이 19.2명에 이른다. 1인당 10명 미만으로 관리되는 외국과 대조적이다. 전담직원들이 늘 모니터만 쳐다보는 것도 아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온천 가족탕을 하나 빌려 착용자들과 함께 목욕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며 “전자발찌 착용자가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심리치료도 진행하는 등 전담직원들이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제센터도 현재 전국에 두 곳뿐이다. 중앙관제센터에서는 서울과 경기·인천·강원·대구·경북 등지의 전자발찌 착용자를 관제한다. 한 과장은 “한국의 전자감독 시스템은 몽골과 태국 등에서 기술협상을 할 정도로 우수하지만 관제센터 직원들은 항상 벼랑 끝에 선 기분으로 일한다”며 “착용자의 범죄를 막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인력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김지영·전희윤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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