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워치-전당대회] 당내 파워vs대중 인지도…'전대 룰' 따라 희비 엇갈려

■ 게임의 법칙이 가르는 전당대회
지도체제 단일·집단으로 나뉘어
당권 유력주자는 단일 체제 선호
최고위원 주자는 집단 체제 원해


전당대회를 즈음해 ‘뜨거운 감자’가 되는 것이 바로 ‘전대 룰(rule)’이다. 선수(출마)자격과 토론회 횟수, 투표비율 등 전반적인 규칙이 담긴 일종의 ‘게임의 법칙’이다. 당헌·당규로 정해지는 룰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리는 만큼 대부분의 전대 과정에서는 이 룰에 대한 해석을 두고 후보 간 신경전이 치열하게 펼쳐진다. 실제로 오는 27일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가 예정된 자유한국당은 TV 토론회 횟수 등 전대 룰을 둘러싼 논란 속에 일부 주자들이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내홍을 겪기도 했다.


◇단일? 집단? 지도체제가 뭐길래=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룰이 바로 지도체제다. 지도체제는 전대 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변수다. 정당의 지도체제는 크게 ‘집단지도체제’와 ‘단일성 지도체제’로 나뉜다. 전자는 하나의 투표에서 최고 득점자가 대표가 되고 차점자는 최고위원이 되는 통합선출 방식이다. 반면 단일성 지도체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선출하기 때문에 전자보다는 당 대표에게 막강한 힘이 실린다. 민주당은 2000년대 들어 주로 집단지도체제를 채택해왔지만 지난해 8월 치른 전대 때 단일지도체제로 변경했다. 한국당의 경우 김무성 대표 시절에는 집단지도체제를, 홍준표 대표 때는 단일지도체제를 채택했으며 이번 전대에서도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단일체제는 대표가 ‘강한 그립’을 쥐고 당 운영을 주도한다는 강점이 있지만 ‘소통 부재’ ‘일방 독주’로 흐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집단체제는 대표·최고위원 간 소통으로 당내 민주성이 확립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표가 최고위에 끌려다녀 당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단점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한국당의 경우 김 대표 시절에 집단체제였지만 당시 당내 주류였던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입김이 커 대표의 추진력이 떨어졌고 그 결과 2016년 총선 때 공천 파동 등 계파 갈등이 심화되기도 했다.

◇당원 vs 일반시민 목소리 크기는=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 비율도 경선의 당락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다. 당내 파워가 센 경우에는 전자,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후보는 후자의 비율이 높을수록 유리하다. 실제로 2014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이인제 전 의원의 경우 당원투표 성적은 저조했지만 국민여론조사에서 많은 표를 얻어 최종 4위로 지도부에 입성했다. 당시 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 비율은 7대3이었다. 지난해 8월에 열렸던 민주당의 당 지도부 선출 전당대회 역시 투표 반영 비율로 순위가 바뀐 대표적인 케이스다. 당시 민주당 전대의 투표 반영률은 현장 대의원 투표 45%, 권리당원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 40%, 국민여론조사 10%, 일반당원 여론조사 5%였다. 기존 선거보다 비중이 10%포인트 높아진 권리당원 투표의 위력은 대단했다. 최고위원 후보 8명 중 최종 득표율 1위는 박주민 의원으로, 박 의원의 현장투표 득표율은 14.7%로 3위였으나 권리당원 ARS에서 27.3%의 득표율을 보여 최종 득표율이 뒤집혔다. 역시 대의원 현장투표에서 6위(11.3%)를 차지했던 김해영 의원도 권리당원 투표에서 4위(13.6%)를 기록하며 최종 4위로 지도부에 입성했다. 참고로 책임당원 또는 권리당원으로 불리는 이들은 당에 가입한 일반당원과 달리 일정 기간 당비를 꾸준히 낸 ‘진성 당원’을 의미한다.

◇자질검증을 위해? 토론회 횟수=이번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논란이 됐던 룰 가운데 하나가 TV 토론회 횟수다. 당초 한국당 선거관리위원회는 당 대표 경선 TV 토론회를 2회 실시하기로 했지만 황교안 후보를 제외한 다른 주자들의 요구에 따라 횟수를 6회로 늘렸다. 판세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후보의 경우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어 TV 토론회 횟수 증가가 달갑지만은 않다. 반면 추격조 입장에서는 최대한 토론회 횟수를 늘려 자신의 강점을 알리는 한편 선두주자의 약점을 부각시키는 게 중요하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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