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北 개혁개방 롤모델로 '베트남식' 가능성 분석

WSJ "북한 왕조 정권 개방 리스크도 수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5일 앞둔 22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정부게스트하우스 앞 가로등에 미국의 성조기와 북한의 인공기가 걸려있다./하노이=연합뉴스

하노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가 연락관 교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 언론에서 북한이 ‘베트남식’ 개혁·개방 모델로 나아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22일(현지시간) 제기됐다.

외교가에서는 베트남전 종전 이후 국교를 단절했던 미국과 베트남이 20년 만에 국교 정상화를 하기에 앞서 임시 연락사무소를 개설했던 사례 등과 유사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이날 ‘베트남이 북한을 위한 길을 내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베트남 장소 자체가 “독재자에게 ‘미국과 협력하면 베트남과 같은 경제적 변화를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WSJ은 베트남은 미국과 전쟁 후 한동안 적대적 관계로 인한 속박으로 빈국(貧國)이었지만, 개혁개방과 데탕트(긴장완화)로 공산당이 권력을 유지하면서도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뤘다면서 베트남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986년 개혁·개방(도이머이) 정책을 취하기 전보다 10배가량 증가했고, 미국이 베트남의 최대 수출국 가운데 하나가 됐다고 분석했다.

WSJ은 1980년대 중반 베트남이 현재의 북한 상황과 유사하다면서 김 위원장은 제재로 묶인 북한 경제의 발전을 원하고 있고 북한의 경제개혁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WSJ은 베트남이 도이머이 정책을 채택하기 전에는 미국의 무역 금수와 중국과의 적대적 관계 등으로 고립됐고 사회주의 정책은 물가 부족을 초래했다면서 베트남은 김 위원장에게 교훈을 제공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거의 절대적인 내부 통제와 반대자를 불허하는 북한 ‘왕조식 정권’에게는 개방이 위험(리스크)도 수반한다”고 진단했다. 미 바사대학의 로버트 브리검은 “베트남의 현재 위치는 느리고 힘든 과정의 결과”라면서 “북한의 과정은 더욱 복잡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레 홍 히엡 연구원은 개인 소득수준이 올라가면서 정치적 자유에 대한 요구도 증가한다면서도 “(개혁개방으로) 절대적인 통제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베트남의 사례는 북한 김 위원장이 자신의 권좌에 대한 위협 없이 문호를 개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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