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의 동네 한바퀴’ 포항 호미곶·구룡포 사람들…‘꿋꿋하다 포구 동네’

사진=KBS 제공

오늘(23일) 방송되는 KBS1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서는 ‘꿋꿋하다 포구 동네 - 포항 호미곶/구룡포’ 편이 전파를 탄다.

호랑이를 닮은 한반도의 동쪽 끝, 해가 가장 먼저 뜨는 동네. 호랑이의 꼬리 부분에 위치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호미곶’은 유명한 일출 명소다. 상생의 손 사이로 떠오르는 아름다운 일출을 기대하며 하나, 둘 모여든 관광객들과 함께 포항 호미곶에서 배우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열네 번째 여정이 시작된다.

▲ ”천혜의 절경을 품다“ -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


한반도 동쪽으로 삐죽 튀어나온 형태의 호미반도, 그 해안선을 따라가다 보면 옥빛 바다와 마주한 산책로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호미곶 해맞이광장에서부터 연오란·세오녀 테마파크까지 조성된 해안 둘레길. 해안 둘레길의 시작점인 선바우 데크 앞에 선 배우 김영철은 세월의 풍파에 깎여나간 바위를 등지고 보는 맑은 바다 풍경에 감탄을 자아낸다. 가장 포항다운 바다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이곳을 배우 김영철이 직접 걸어보며 봄을 앞둔 마지막 겨울 바다의 운치를 두 눈과 마음에 담아간다.

▲ ”전국 최대 대게 생산항“ - 구룡포 대게 경매장


호미곶에서 일출을 보고 버스로 2-30분가량 달려 닿은 구룡포항. 요즘 구룡포는 대게잡이 배들로 가득하다. 전국 대게 생산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구룡포는 인근 지역 상인들이 모두 경매를 받아 수조 차로 실어갈 만큼 대게가 풍년이다. 대게 경매장 왁자한 소리에 이끌려 경매장을 찾아간 배우 김영철. 경매장 옆 바로 낙찰받은 대게를 생물 혹은 쪄서 전국 각지로 택배로 부치는 상인들에게서 좋은 대게 고르는 법을 전수받고, 살이 통통하게 올라 달큰함이 가득한 대게 다리 살을 맛본다.

▲ ”고래가 잡히던 시절부터 구룡포에서 한평생“ - 문어잡이 부부


동해의 숨은 곳간 구룡포. 큰 배들 사이로 작고 낡은 배가 눈에 띈다. 바로 문어를 잡는 중년 부부의 배다. 10대 시절부터 고래잡이배에 올라 20년이 넘게 고래잡이로 살아왔다는 남편. 세월이 흘러 고래잡이가 끝나고 작은 배 한 척을 장만해 아내와 27년간 문어잡이로 살고 있다는 남편은, 아내에게 험한 뱃일을 시키는 게 미안하지만 표현 못 하는 천생 경상도 사나이다. 새벽 조업을 다녀온 부부는 몸도 녹일 겸, 배우 김영철에게 문어를 넣은 라면을 끓여 대접한다. 문어 라면 한 그릇에 담긴 정을 느끼며 바다 내음 흠씬 나는 포구 동네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본다.

▲ ”숨겨진 구룡포의 아픈 역사를 품다“ - 적산가옥 길과 암초 분식집



구룡포 포구 건너편으로 발길을 옮기면 본격적으로 포구마을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만날 수 있다. 마을 초입, 배우 김영철의 시선을 사로잡은 특이한 집을 한 채. 커다란 암초를 품고 있는 분식집이 눈에 띈다. 호기심에 분식집을 들어간 배우 김영철. 진짜 집 안 뒷면에 바위가 그대로 보인다. 주인장 말에 따르면 이 바위의 정체는 분식집 터가 바다였던 시절부터 있던 암초란다. 그 옛날, 구룡포 사람들은 왜 바닷가 코앞에 집을 짓고 살아야만 했을까...? 그 이면엔 일제 강점기를 지내온 우리의 슬픈 역사가 담겨 있다는데... 구룡포 동네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를 따라가 본다.


일제 강점기 동해 어업을 점령했던 침탈의 현장이 된 구룡포. 구룡포 마을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하나, 둘 보이는 것은 일본식 주택이 늘어선 적산가옥 거리다. 약 500m 남짓 적산가옥 거리를 지나면 보이는 구룡포 공원으로 향하는 계단. 계단을 오르며 돌기둥 뒷면을 살펴보니 시멘트로 덧발라진 흔적이 남아있다. 그리고 계단의 맨 위 구룡포 공원 한가운데 역시 시멘트로 덧발라진 큰 비석이 눈에 띈다. 도대체 왜 이런 비석들이 있는 걸까...? 이유는 구룡포항을 축항하는데 기여한 일본인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던 것을 해방 직후 마을 사람들이 시멘트로 덮은 것이라는데... 활기찬 포구 동네라고만 생각해온 구룡포에 숨겨진 아픈 역사를 되짚어보며 배우 김영철은 깊은 탄식에 빠진다.

▲ 골목길에서 만난 정겨운 얼굴들 <인생 문패>


구룡포 공원을 지나 마을로 들어서면 한 집 건너 하나씩 재미난 풍경이 펼쳐진다. 집주인의 얼굴을 그려 넣은 문패다. “춘자네 사랑방, 독수리 오 자매 두목 옥분이네...!” 피식 웃음이 나는 집에서 나오는 주인장을 보니 얼굴이 문패와 쏙 빼닮았다. 50년 이상 이곳에 뿌리내리고 사는 사람들을 위해 포항시와 포항문화재단에서 <지금처럼 밝고 정겨운 미소를 간직하라며> 그려준 선물이라는데... 배우 김영철이 이 정겨운 풍경을 벗 삼아 골목을 걸어본다.

▲ ”제2의 고향 구룡포에서 달콤한 새 인생을 꾸리다“ - 삼대 수제 강정집


구룡포엔 매일같이 옛날식 뻥튀기 소리가 울려 퍼진다. 강정 가게 옆에 자리 잡은 뻥튀기 장수 때문이다. 방학마다 아버지 대신 뻥튀기 일을 한다는 대학생 뻥튀기 장수. 그의 단골은 바로 옆 3대째 운영 중인 강정 가게 주인장이다. 강정집엔 열 살 아이가 일하고 있다. 뻥튀기를 손님들 취향에 맞춰 물엿과 설탕에 버무리는 일은 1대 40년 경력의 할아버지의 몫, 자신과 나이가 같은 낡은 칼로 기가 막힌 솜씨를 보이며 강정을 자르는 건 40대 아버지의 몫, 마지막 포장은 열 살짜리 손주의 몫이다. 삶의 부침 때문에 구룡포로 내려왔다가 어느새 구룡포를 제2의 고향 삼고 살아간다는 할아버지와 3대의 이야기. 그 사연을 들어보며, 이젠 강정보다 더 달콤한 인생을 만들어가는 3대의 소소한 행복을 배우 김영철이 직접 들어본다.

▲ ”바람까지 읽는 52년 경력의 국수 공장 할머니와 단골 멸치국수 가게의 이야기“ - 해풍 수제 국수와 국수 가게


어딜 가나 바닷바람이 코끝 시원하게 불어오는 포항 구룡포. 그 안엔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운영하는 국수 공장이 있다. 오래된 책상에 앉아 국수를 포장하는 할머니만큼이나 정겨운 가게로 배우 김영철이 들어간다. 이곳의 국수는 바닷바람과 햇살로만 말리는 이른바 ’해풍 국수‘. 52년 경력, 어느새 국수가 잘 마르는 바람까지 읽어내는 할머니의 손은 그간 고생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 있다. 우리네 어머니들이 모두 그러했듯, 자식들 위해 자신의 몸이 닳는지도 모르고 살아온 국수 가게 할머니의 지난 세월을 들으며 배우 김영철도 눈시울을 붉힌다.


여든 나이에도 인근 단골 가게엔 직접 배달까지 간다는 국수 공장 할머니. 오늘 하루 일일 아들을 자청한 배우 김영철이 배달 일손을 돕기로 했다. 국수 상자를 들고 도착한 곳은 국수 공장의 단골 멸치 국수 가게. 그곳엔 진한 멸치국수와 옛날식 찐빵과 단팥죽을 팔고 있었다. 해풍 국수로 만든 국수와 손수 팥을 갈아 만든 찐빵과 단팥죽. 맛도 맛이지만 추억을 삼킨 것 같은 표정을 짓게 만드는 오래된 국숫집. 이곳에서 배우 김영철은 허기보다 정을 더 든든하게 채우고 나온다.

/김호경기자 khk01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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