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가는길, 일본서 배운다] 日, 가정용 '에네팜' 23만대 보급...2030년 수소로 LNG발전 대체

<상>초기 수소사회 진입한 일본
도쿄올림픽 대비 2020년까지 수소전기차 4만대 공급
수소전기단가 LNG발전 보다 싼 1kg당 12엔 목표
'사용처 확대→대량생산→가격인하' 선순환구조 만들어

일본 가와사키시 토큐 레이 호텔에 앞에 도시바의 연료전지 ‘H2Rex’가 설치돼있다. 5km 떨어진 쇼와덴코에서 받은 수소를 통해 전기과 열을 만든다./도쿄=김우보기자

도쿄 한복판 긴자역에서 지하철로 20분 남짓 걸리는 도쿄 주오구 하루미 지구. 남산 면적의 540배에 달하는 크기를 매립해 만든 이곳에는 올림픽 선수들이 사용할 선수촌 건설이 한창이다. 50층 높이의 고층 빌딩을 포함한 24개의 주거 시설과 상업용 건물이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들어설 예정이다.

하루미 지구 한쪽에는 선수촌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수소충전소가 자리 잡고 있다. 수소충전소가 뿜어낸 수소는 파이프를 타고 건물마다 설치된 연료전지에 투입돼 전기로 쓰인다. 수소는 가정용 연료전지인 ‘에네팜’에도 투입돼 보일러를 대체해 온수를 공급할 예정이다. 선수촌 사이로 마련된 도로에는 수소전기버스가 집중 배치돼 사람들을 실어나른다.

도쿄도(東京都) 정부는 하루미 지구에서 사용될 에너지원 가운데 수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수소차 보급 등 수소 경제가 빠른 속도로 확대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스즈키 다케유키 도쿄도 환경국 지구환경 에너지부 차세대에너지 추진 과장은 “이미 일본은 수소사회로의 전환을 필수라고 여기고 있다”며 “수소를 사용할 수 있는 창구를 다양하게 구축한다면 수소사회 진입 시기는 점점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료전지 옆에 설치된 디스플레이에 전날 수소로 만들어진 전력과 온수양이 표시돼있다./도쿄=김우보기자

일본은 하루미 지구를 모델하우스 삼아 수소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전 세계에 뽐낼 예정이다. 일본은 이미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수소전기차는 물론 자전거, 가정용 보일러, 발전 등으로 수소 활용 영역을 넓히며 초기 수소사회 진입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수요처가 늘면서 수소 생산에도 탄력이 붙고 대량의 수소가 생산되면 단가가 떨어져 다시 수요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의 모델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장기적으로 화석연료가 차지하던 자리를 수소로 바꿔나가겠다는 청사진 역시 탄력을 받고 있다.


수소전기차는 일본이 수소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해 가장 집중하는 분야다. 현재 2,900대 수준인 수소차를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 4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2030년까지 80만대의 수소차를 보급하는 게 최종 목표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목표치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일본 정부의 한 관계자는 “도요타가 초기에 적자를 보면서도 프리우스 판매를 밀어붙이자 새로운 시장(하이브리드)이 열렸고 지금은 일본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의 절반이 하이브리드”라며 “수소차 역시 초기에 어려움을 겪겠지만 시장이 커지면서 목표치 달성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1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의 랜드마크인 도쿄타워 앞에 설치된 이와타니 수소 충전소에서 수소차 한 대가 충전하고 있다. /도쿄=박민주기자

수소사회를 이끌 다른 한 축은 발전 부문이다. 수소를 연료 삼아 가스터빈을 돌려 전력을 발생시키는 방식이다. 이미 지난해 고베시는 1,000세대 이상의 가정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1㎿)를 생산해 고베국제전시장·포트아일랜드스포츠센터 등 인근 4개 시설에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는 kwh당 수소발전 단가가 2030년이면 17엔, 이후 12엔으로 떨어져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단가(12엔/kwh)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NG로 돌아가던 발전소를 수소발전이 완전히 대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다이슈 하라 NEDO 연료전지 및 수소기술그룹 책임은 “현재는 기술적인 한계와 천연가스에 비해 높은 발전 단가 탓에 제한적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면서도 “연구개발을 통해 가능한 빨리 이를 극복해내는 게 목표”라고 했다.

수소를 사용한 발전은 가정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일본 가정집에 설치된 가정용 연료전지 에네팜만 23만기에 달한다. 에네팜은 도쿄올림픽 선수촌에서도 활용돼 전기와 온수를 공급한다. 가정과 상업용 연료전지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우리와 달리 일본은 소형 연료전지에서 앞서 있는 터라 과감한 목표까지 내걸었다. 2030년까지 전 가구의 10% 수준인 530만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이 그간 산업을 지탱하던 주요 축을 흔들면서까지 수소 수요 확대를 서두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수소 사용처가 늘어날수록 기업 입장에서는 수소를 대규모 생산할 유인이 커진다. 수소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가격은 내려가기 마련이다. 가격이 내려가면 수소 활용 수요는 더욱 커지는 만큼 수소사회로의 진입은 한발 더 가까워진다.

일본 정부가 지난 2014년 내놓은 로드맵에서 대규모 수소공급 시스템 구축(2단계), 이산화탄소 없는 수소공급 시스템 확립(3단계)에 앞서 1단계로 수소 이용의 비약적인 확대(1단계)를 목표로 내건 것은 그래서다. 일본은 현재 ㎏당 10달러 안팎인 수소 가격을 2030년 3달러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케가미 사치 도쿄도 환경국 지구환경 에너지부 수소에너지 추진 담당 과장은 “현재 도쿄 내 수소충전소에서 매기는 가격은 고급 휘발유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수소 가격이 낮아질수록 내연기관차 수요를 수소차가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우보·박민주기자 ubo@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