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낸 통상임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도 일부 승소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 앞에서 강상호 기아자동차 노조지부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2일 서울고등법원 제1민사부(윤승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항소심 선고공판에서도 1심과 같이 노동조합이 일부 승소했다. 사측이 기대를 걸었던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판결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중식대(점심식사비)가 통상임금에서 제외됐다는 점이다.
◇중식대(점심식사비)는 통상임금X = 판결문에 따르면 기아차(000270)의 단체협약 ‘복지후생(제10장)’ 부분에는 “회사가 종업원에게 중식을 지급한다”고 규정돼있다. 임금규정엔 “중식대는 상근자에 한해 현물로 지급함을 원칙으로 하되, 현물 지급이 불가능한 지역에 근무하는 자에 대해서는 별도 품의에 의해 현금으로 지급할 수 있다”고 써있다.
이에 따라 기아차는 구내식당이 설치된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는 음식으로 점심을 제공했다. 반면 구내식당이 설치되지 않은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는 중식대를 지급했다.
법원은 같은 직원이 같은 업무를 할 때, 구내식당 설치 여부가 해당 직원의 근로가치 평가를 좌우하는 근로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중식대의 소정근로대가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구내식당 설치 여부가 업무의 내용이나 기술, 경력 등 소정근로의 가치평가와 관련된 조건이 아니므로 통상임금의 정표인 일률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비(영업활동비)는 통상임금X = 영업활동비인 일비 역시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았다. 기아차는 영업활동 지원을 위해 영업직 근로자들에게 2014년 12월부터 하루에 1만5,000원씩의 일비를 지급했다. 법원은 일비가 임금 규정에 없을뿐더러 영업직 근로자의 통신비·교통비 등 영업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보전하기 위한 실비변상 수단에 불과하다고 봤다. 아울러 영업직 근로자의 ‘영업활동 수행’ 이라는 추가 조건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지급된 임금이므로 고정성도 없다고 판단했다.
◇근무시간 중 휴식시간도 근로시간에 해당 = 소송을 제기한 기아차 근로자들은 정규근무시간 동안의 휴식시간 뿐만 아니라 연장근무 중 휴식시간도 연장·야간·휴일 근로시간 산정 기준으로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기아차 측은 이를 공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휴식시간은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해방되어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라며 “작업시간 도중 근로자가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이라 할지라도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지 않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산직 근로자 뿐만 아니라 일반직·영업직·기술직 근로자들이 근무시간 중간에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음료를 섭취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다”며 “근무 중 휴대전화를 사용해 통화를 하기도 하지만 회사는 이러한 행위 모두를 근로시간에서 제외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기계가 아닌 이상 사람이 매일 8시간씩 쉬지 않고 일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근무시간 중 휴식은 다음 근로를 위한 대기시간 또는 준비시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미다.
◇노조 대의원회의 참가도 연장근로시간에 해당 = 법원은 근로자들이 노조 대의원대회에 참가한 시간도 연장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봤다. 노사 간 단체협약에 ‘노조활동 및 노조활동시간 보장’ 내용이 명시 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