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제820호 덕수궁 함녕전. /사진제공=문화재청
덕수궁 함녕전은 고종 황제가 거처하던 생활공간, 즉 ‘침전’이었다. 고종이 대한제국 수립을 선포하던 광무1년(1897년)에 함녕전을 지었지만 1904년 수리공사 중 불이 났고 그해 12월에 다시 지은 전각이 지금까지 전한다. 고종은 순종에게 왕위를 물려준 뒤에도 함녕전에 머무르다 1919년 1월21일 이곳에서 승하했다. 규모는 앞면 3칸에 옆면이 4칸이며 서쪽 뒤로 4칸을 덧붙여 전체적으로는 ‘ㄱ’자형 구조를 이룬다. 보통의 침전 건축과 달리 지붕 모서리 부분에 ‘잡상’으로 불리는 조각들을 나열해둔 점은 특이하다. 지붕 처마를 받치기 위해 새부리 모양의 간결한 익공 양식으로 꾸몄고 구름과 덩굴 문양으로 치장했다. 건물의 천장은 올려다봤을 때 ‘우물 정(井)’자 모양을 이루며 네 면의 모든 칸에 벽을 두르지 않고 창을 달아놓았다. 조선 후기의 마지막 왕실 침전 건물로 건축사적 가치가 높아 지난 1985년 보물 제820호로 지정됐다.
일제는 조선과 대한제국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덕수궁을 훼손하는 과정에서 함녕전의 정문이자 고종의 국장 행렬의 시작점이던 광명문(光明門)을 1938년에 궁의 남서쪽 구석으로 옮겨버려 본래의 기능을 잃게 했다. 현대에 이르러 물시계인 국보 제229호 자격루와 보물 제1460호 흥천사명 동종을 보관하는 전시공간으로 사용되던 광명문이 80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오게 됐고 준공식이 오는 3·1절에 열린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보물 제820호로 지정된 덕수궁 함녕전. /사진제공=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