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경제신문이 서울·수도권 성인남녀 4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정 내 식사 준비를 도맡아 하는 사람으로 ‘여성’을 지목한 비율이 전체의 71.6%에 달했다.
설문 응답자 중 여성이 237명(50.6%), 남성이 231명(49.4%)인 가운데 본인이 주로 식사 준비를 한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48.5%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배우자가 38.2%로 나타났다. 얼핏 본인과 배우자가 고루 식사 준비를 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여성의 경우 집밥의 책임자로 본인을 지목한 비율이 68.2%에 달했지만 남성의 경우 31.7%에 그쳤다. 반대로 배우자가 주로 식사 준비를 한다는 응답자를 살펴보면 남성이 76%를 차지했다. 결국 ‘아내’가 집밥의 책임자라는 의미다.
1인 가구를 제외한 기혼 가정 위주로 살펴보면 주방의 불균형은 더욱 두드러진다. 2인 이상 가구 중 본인 혹은 배우자가 식사 준비를 하는 경우는 총 313명으로 나타났고 이때 여성이 식사를 준비하는 비율은 76.7%(237명)까지 높아졌다. 여성의 경우 집밥의 책임자로 본인과 배우자를 지목한 비율이 7대3 이었지만, 남성의 경우 본인과 배우자의 비중이 2 대8로 역전된다.
가족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집밥 노동’은 청소·집안 정리 등 다른 가사노동과 비교해도 유달리 남녀 간 격차가 큰 항목으로 지목된다.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도 다른 가사노동과 비교해 큰 편이다. 통계청이 실시한 ‘2014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음식 준비에 할애하는 시간은 하루평균 1시간12분으로 총 가사노동 시간인 하루 2시간 9분 가운데 약 절반(48.9%)을 차지했다. 반대로 남성은 하루 총 31.2분을 투자하는 가사노동 시간 중 8.5분만을 음식 준비에 썼다. 기혼 가정은 격차가 더 벌어지는데 미혼 여성은 음식 준비에 하루평균 24분을 쓰지만 아이가 있는 기혼 여성은 무려 96.8분을 가족 식사에 할애했다. 반대로 남성은 미혼일 때 평균 19분 정도를 식사 준비에 활용하다 결혼을 한 후 오히려 7.8분으로 줄어들었다.
서울경제신문의 설문조사를 살펴봐도 전체의 59.8%가 식사 준비를 하는 데 끼니당 최소 30분은 걸린다고 응답했다. 끼니당 최소 한 시간은 넘게 준비한다고 답변한 사람도 전체의 12%에 달했다. 세 끼를 집에서 먹는다고 하면 최소 4~5시간이 식사 준비에 소요된다는 의미다. 밥을 먹은 후 치우고 정리하는 시간까지 더하면 상당히 힘겨운 노동인 셈이다.
식품 업계는 최근 간편식 열풍이 불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처럼 집밥 노동이 여성에게만 편중된 현실에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맞벌이 가구가 늘어나고 전업주부들 역시 아이 교육 등 집중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하루 세 끼 식사를 정성 들여 준비하기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간편식을 활용할 경우 식사 준비에 드는 시간은 물론 요리에 서툰 남성 배우자들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 여러모로 여성의 부담을 덜어줄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