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2일 중국에 부과하려던 관세 인상 시기를 늦추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담판을 짓겠다고 밝혔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90일 무역협상’ 시한이 연장되자 시장은 일단 반색했지만 협정문이 공식 발표될 때까지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미국과 중국이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 이전, 농업, 서비스, 환율을 포함한 중요한 구조적 문제에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점을 알리게 돼 기쁘다”면서 “다음달 1일로 예정된 미국의 관세 인상을 연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양쪽이 추가 진전을 이룬다는 가정하에 시 주석과 나는 마러라고에서 정상회담을 열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별장이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시 주석을 만나는 것은 지난 2017년 4월 이후 약 2년 만이 된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전미주지사협회(NGA) 연회에서도 “모든 일이 잘되면 앞으로 1~2주 뒤 아주 큰 소식이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중국 상무부 역시 25일 미중 고위급협상이 마무리됐다며 “다음 작업도 잘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무역협상 연기 결정은 양국 정상 모두에게 ‘최상의 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면서 구조적 무역관행 시정을 요구할 시간을 벌었고 다음달 5일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앞둔 시 주석 역시 부담을 덜게 됐다.
미국 무역협상단이 ‘하드라인’으로 삼았던 관세 인상 시기가 최종적으로 늦춰진 데 대해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5.6% 오른 2,961.28, 선전지수는 5.42% 상승한 1,557.27에 각각 마감했다.
역내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장중 달러당 6.6730위안을 기록하며 7개월래 최고치를 찍었다.
다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율 인상 유예 시점을 명시하지 않은데다 기술이전 강요 등 비관세 무역장벽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합의를 보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트럼프 대통령 간 불협화음도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22일 미중 협상단이 모인 자리에서 “양해각서(MOU)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양국은 협정문서를 도출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MOU도 계약이다. 무역협정에서 주로 쓰이는 계약”이라고 반박했다.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강경노선을 유지했던 라이트하이저가 트럼프 대통령의 간섭에 짜증을 내고 있다”면서 무역협상단에 이상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