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양모(70)씨는 인근 지역인 중구에서 시행하려는 어르신 공로수당 지급 정책에 대해 부러워하면서도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장년층에게 지방자치단체가 현금을 지급하면 당장은 도움이 되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직접 돈을 벌 수 있도록 노인 일자리를 더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 정책이라는 생각에서다.
서울 중구가 25일 어르신 공로수당 지급을 시작한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이 추진하는 ‘현금복지’ 서비스에 대해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는 중구의 공로수당 정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나타냈지만 지자체가 지급을 강행하면서 중앙·지방 정부 간 마찰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중구는 앞으로 매월 25일 관내 만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와 기초연금 대상자 1만1,000여명에게 공로수당 1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되는 수당은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으며 대상자에게는 카드가 발송된다. 카드에는 매달 10만원이 포인트처럼 충전된다.
보건복지부는 중구가 공로수당 지급을 강행하면 기초연금 국고 보조금·교부금 삭감 등 제재를 할 방침이다. 지자체가 이 같은 복지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려면 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유사·중복 복지제도를 막기 위해서다. 지난해 말 중구가 공로수당 지급 계획을 발표할 당시 협의 요청을 받은 복지부는 “공로수당은 기초연금과 중복·유사하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현재 중구와 협의를 진행 중이던 복지부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협의가 끝나지 않는 상태에서 중구가 수당 지급을 밀어붙였다”며 “기초연금 국고보조금 일부를 삭감하는 등의 제재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금복지는 중구뿐 아니다. 경남 고성은 지역 내 만 13~18세 청소년 2,300여명에게 매월 10만원을 지급하는 ‘청소년수당’ 제도 조례를 최근 마련했다. 청소년수당은 청소년 전자바우처 카드에 매월 10만원 상당의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고성군은 다음달 6일까지 의견 수렴을 거쳐 군의회에 조례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부터 소득 수준 및 근로시간에 따라 선발한 만 19~34세 청년 약 5,000명에게 매월 50만원의 수당을 최대 6개월 간 주고 있으며 최근에는 제한 없이 관내 20대 청년들에게 매달 50만원의 청년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자체들의 이 같은 현금복지 서비스에 대해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포퓰리즘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표심 잡기를 위한 복지정책이 난립할 수 있고 이는 결국 혈세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시점에서는 일자리 창출 등을 비롯해 모든 국민들이 골고루 혜택을 입을 수 있는 보편적 정책이 필요하다”며 “지자체들이 실효성을 고민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청년이나 어르신 등에게 수당을 나눠주는 것은 포퓰리즘 정책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