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연합뉴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 포기 의사가 없고 북미 협상으로 시간을 끌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성우회 창립 30주년 행사 특별강연에서 “북한의 김정은은 핵을 포기 안 한다”면서 “김정은의 대남전략은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면서 남북 경제협력으로 현재 난관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은 파키스탄의 핵 보유 과정에서 교훈을 얻었다”며 “지난 1998년 파키스탄이 핵실험을 하고 핵 보유를 선언했을 때 미국은 ‘파키스탄을 신석기시대로 돌아가게 하겠다’며 제재를 공언했지만 파키스탄은 ‘우리의 핵을 없애려면 인도의 핵도 없애달라’면서 3년 동안 미국과 협상하며 시간을 끌었고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파키스탄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고 아프가니스탄과 전쟁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이 사건을 보면서 두 가지를 배웠다”며 “첫째, 명분을 잘 내세우면 (핵 보유에 대한) 미국의 동의를 구할 수 있다는 것과 둘째,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해 싱가포르 합의는 미국에 있어 큰 외교적 실책”이라며 “비핵화와 관련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애매모호하게 표현했고 지금까지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27~28일 북미정상회담 이후 ‘하노이선언’이 나올 텐데 하노이선언은 ‘비핵화냐 핵군축이냐’ ‘제재의 보편성 원칙이냐 특수성 원칙이냐’라는 키워드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비핵화는 우크라이나처럼 모든 핵시설을 동시에 없애는 것”이라며 “핵군축은 지금 북한이 하려는 것인데 핵 위협은 그대로 두고 일부 없애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제재의 보편성과 특수성에 대해서는 “유엔은 2006년 북한의 첫 핵실험 이후 제재를 계속 가했다. 제재를 해제하려면 북한에 핵무기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 보편성의 원칙”이라며 “북한에 핵무기가 있지만 북한을 특수하게 보고 제재를 해제하게 되면 특수성의 원칙이 된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2005년 당시 6자 회담 당사국들이 합의한 ‘9·19 공동성명’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9·19 공동성명의 방식에 대해 “북한이 핵 포기를 약속하면 미국은 군사훈련과 전략자산 반입을 중단하고,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복귀하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재개하며 북한이 핵 목록을 내놓으면 대북제재(2017년 12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를 해제하는 식”이라며 “속도를 내려고 하지 말고 교과서대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