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첫째날인 27일 오전 회담장인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인근 고층건물에 베트남 군인(노란색 원 안)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하노이=이태규기자
2차 북미정상회담 당일인 27일 하노이는 도시 전체가 ‘비상사태’를 방불케 했다. 260여일 만에 양 정상의 재회가 이뤄진 구시가지의 소피텔레전드메트로폴호텔 정문에는 오전부터 장갑차가 배치됐고, 이어마이크를 낀 미 정보요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호텔 주변을 잠행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숙소인 JW메리어트호텔은 들어가는 모든 차량에 대해 군견을 동원한 수색이 이뤄졌고 호텔 옥상에는 미국 스나이퍼가 올라가 경계를 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우선 지난 26일까지 통행이 자유로웠던 메트로폴호텔은 이날 아침부터 통제가 시작됐다. 호텔과 연결되는 모든 진입로에는 이중 바리케이드가 설치됐고 통행할 수 있는 관련 증거를 제시하는 사람과 차량만 제한적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정문에는 경찰 기동대가 5m 간격으로 배치됐고 후문 입구에는 대형 천막을 쳐놓아 북미 당국자가 운반하는 물품을 밖에서 볼 수 없게 차단했다. 인근 고층건물 옥상에는 베트남 군인으로 보이는 인물들이 아래를 주시하며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호텔 종업원들과 요리사들은 호텔 외부에서 장시간 대기했다. 북미 당국자들이 호텔 내부를 정돈할 동안 호텔 관계자를 모두 밖에 대기시킨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 첫째 날인 27일 오전 회담장인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정문 앞에 장갑차(노란색 원 안)가 세워져 있다. /하노이=이태규기자
이날 오전9시(현지시각)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사’ 격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최종 행사 점검을 위해 호텔로 들어갔다. 이어 10시에는 건장한 체구의 북한 경호원 10여명이 사전 경호 점검을 위해 호텔로 들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김 위원장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일부 수행원은 26일 밤 호텔에 답사 차 들어갔으며 호텔 내 중앙정원 등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양국 국기를 앞좌석에 부착한 차량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행사준비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베트남 경찰을 대거 태운 트럭도 계속 투입됐다. 메트로폴호텔 인근에는 호텔이 밀집해 있는데 이들은 27~28일 이틀간 교통이 통제된다는 양해문서를 객실에 일일이 전달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숙소인 멜리아호텔에서 메트로폴호텔로 향하는 도로에는 한 블록마다 베트남 군인 수십여 명이 배치돼 언제든 도로를 통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도로에는 사이렌을 울리는 경찰차가 수시로 지나다녔으며 장갑차도 2~3대씩 무리를 지어 지나다녔다. 의료부문도 만반의 준비태세에 들어갔다. 베트남 현지언론 탄니엔은 이날 “베트남 보건 당국이 대량 살상, 화재, 재난, 부상 등에 대비해 하노이 시내 4곳의 병원을 24시간 의료시설로 지정했고 500여명의 의료진을 비상대기시켰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인 메리어트호텔의 보안도 최고 수준으로 격상됐다. 호텔로 진입하는 모든 차량을 미 정부 관계자가 정차시키고 검문검색을 했고 군견을 동원해 트렁크와 차 밑을 점검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호텔 옥상에는 미국 정보당국 스나이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올라가 경계 근무를 서고 있었다.
북미 정상회담 첫째 날인 27일 오전 회담장인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로 베트남 경찰들을 태운 트럭이 투입되고 있다. /하노이=이태규기자
국제미디어센터(IMC)도 활발하게 돌아갔다. 당초 미 백악관 기자단 프레스센터가 김 위원장의 숙소인 멜리아호텔로 정해졌다가 IMC로 이전하면서 미국 기자단의 모습도 많이 눈에 띄었다. 취재진은 대형 스크린으로 중계되는 북미 정상의 대면 등을 보며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으며 카메라로 악수 장면을 담기도 했다. 앞서 베트남 관영매체 VN익스프레스는 베트남 외무부를 인용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외신기자 2,600여명이 IMC에 등록했다고 보도했다.
경계감이 강화되는 동시에 하노이 시민들은 대형 국제이벤트에 고무된 모습이었다. 식당에 북미정상회담을 기념하는 메뉴를 출시했다는 광고판이 걸리는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모습이 그려진 기념 티셔츠를 파는 가게도 있었다. 베트남 당국은 26일 북미정상회담 기념 특별 제작 우표를 공개하기도 했다.
/하노이=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