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무료급식소 앞에서 배식을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소득 부문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실패 논란을 불러일으킨 통계다. 지난해 이 조사 결과 저소득층의 소득이 역대 최대폭으로 격감하고 소득분배 지표가 사상 최악으로 벌어지자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소비·내수 진작→경제 성장’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첫 고리부터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커졌다. 실제 통계청이 공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1분위(소득 하위 20%)의 월평균 가구소득은 감소율이 △1·4분기 -8.0% △2·4분기 -7.6% △3·4분기 -7.0% △4·4분기 -17.7%에 달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전체 가구의 28.6%(2017년 기준)에 달하는 1인 가구의 소득은 빠진 통계다. 통계청은 분기별로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소득을 조사하고 있지만 공식 통계는 2인 이상 가구 소득에 한해 발표하고 있다. 지난 1963년부터 2인 이상 가구 통계만 공개해왔기 때문에 1인 가구를 포함하면 통계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1인 가구의 비중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1인 가구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가구 소득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실제로 27일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통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1인 가구 포함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1분위의 월평균 가구소득 감소율은 △1·4분기 -14.3% △2·4분기 -16.7% △3·4분기 -9.6% △4·4분기 -21.3%에 달했다. 평균 15.5% 감소한 것으로 공식 통계치(-10.1%)보다 1.5배 더 많이 줄었다.
특히 일해서 버는 근로·사업소득은 1인 가구를 포함했을 때 감소폭이 훨씬 컸다. 1분위는 근로소득이 평균 35.6%, 사업소득이 38.2%나 감소해 공식 통계상 단순 평균치인 22.2%, 17.3%보다 각각 1.6배, 2.2배 더 많이 줄었다. 특히 자영업자 사업소득은 △1·4분기 22.6% △2·4분기 42.2% △3·4분기 34.2% △4·4분기 53.7%나 감소해 공표치보다 최대 6배 더 줄었다. 차상위층인 2분위도 사업소득 감소율이 △1·4분기 -27.9% △2·4분기 -27.2%에 달했다. 3.1%, 13.2% 증가했던 공식 통계와 달리 큰 폭의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혼자 사는 어르신이나 자취하는 청년이 많은 1인 가구는 인건비가 오를 때 가장 먼저 고용시장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급격하게 인상된 최저임금이 고용시장 전반에 충격을 주면서 1인 가구를 포함한 저소득층의 소득 급감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1인 가구의 가구당 취업인원 수는 전년 대비 증가했던 2017년과 달리 2018년 들어 분기마다 0.01~0.03명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대일 서울대 교수는 “저소득층 근로자의 소득 제고를 목표로 한 최저임금 인상이 의도와 달리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의 일자리와 근로시간을 줄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경기 둔화에 따른 자영업자 소득 감소도 직격탄이 됐다. 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1인 가구 형태로 사업하던 자영업자가 폐업하면서 무직자로 내려앉은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