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협상 결렬]긴장 → 기대 → 실망 4시간 롤러코스터…합의서 없이 각자 숙소로

[회담장 분위기]
'심각·상기된 표정'으로 모두발언
단독회담 후 미니산책 화기애애
예정 됐던 오찬 지연 '이상 조짐'
백악관 "일정 변경" 서명식 취소


롤러코스터 같은 네 시간이었다. 네 시간 동안 회담장의 분위기는 긴장에서 기대, 기대에서 실망으로 뒤바뀌며 널을 뛰었다. 그렇게 ‘세기의 핵 담판’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 오전8시55분(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레전드메트로폴호텔에서 다시 만나 본격적인 핵 담판에 돌입했다. 원형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북미 정상은 모두발언 초만 해도 다소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의자에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앉은 김 위원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먼저 발언을 시작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무표정한 얼굴로 정면을 바라보며 김 위원장의 말에 집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시간에도 비슷한 분위기는 이어졌다.


회담장의 ‘무거운 공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고 말할 때 김 위원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의 제스처를 취했고 “김 위원장과 그의 나라를 존경한다” “그동안(비핵화 협상 기간 중) 핵도 없고 미사일 발사도 없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의(謝意)에 김 위원장은 환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비핵화 준비가 됐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의지가 없다면 여기에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회담 성공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최고의 답인 것 같다(Wow, that might be the best answer)”고 화답하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단독회담 직후에는 깜짝 ‘미니 산책’ 장면이 포착돼 합의문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두 정상은 단독대좌 35분 만인 9시35분께 회담장 내부 정원을 산책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천천히 걸으며 대화를 했고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돌연 분위기가 바뀌었다. 훈풍이 불던 회담장에 ‘이상 조짐’이 감지된 것은 확대정상회담 이후 예정됐던 업무 오찬 시간. 예정대로라면 11시55분 오찬이 시작돼야 했지만 이 일정은 별도의 공지 없이 한 시간 넘게 지연됐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기류 속에 이내 ‘오찬 일정이 취소됐다’는 외신 소식이 전해졌고 백악관도 “프로그램 변경”을 알리며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시간도 기존 오후4시에서 오후2시로 앞당겼다.

북미 정상은 업무 오찬은 물론 오후2시로 예정됐던 합의문 서명식 없이 오후1시25분께 전용차를 타고 회담장을 빠져나가 숙소로 돌아갔다.
/하노이=정영현기자 송주희기자 yhchung@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