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클럽 ‘버닝썬’ 측과 유착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조직 전체의 신뢰도가 도마에 올랐다. 성매매를 단속해야 할 경찰이 성매매업소를 운영하는 등 내부 비위 사건이 불거지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28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경찰은 버닝썬 대표 이모씨, 한모 영업사장에 대해 마약 등 혐의로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전 홍보이사인 가수 승리를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버닝썬 투자자이자 버닝썬이 위치한 르메르디앙서울호텔 대표가 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클럽 유착 의혹이 힘을 받고 있다. 같은 날 인천에서는 수년간 바지사장을 내세워 성매매업소를 운영한 경기 화성동탄서 소속 경감이 긴급체포돼 입길에 올랐다. 이 경관은 심지어 생활안전과 소속으로 성매매 단속 담당이었다.
서울경제신문이 만난 서울 강남권 근무 경찰들은 버닝썬 사태에 대해 억울함과 분노를 표시했다. 한 지구대 소속 A 경위는 “포털 뉴스 댓글에 있는 경찰 욕을 보니 얼굴이 화끈거렸다”면서도 “일선 지구대·파출소 경찰들은 체력과 감정을 바쳐가며 힘들게 일하는데 일부의 잘못으로 전체가 비난받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B 경감 역시 “극히 적은 경찰의 과오를 모든 경찰이 뒤집어쓰는 분위기 때문에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한 경찰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유착 같은 것은 없다고 핏대 세워 항변했는데 동료들만 바보 만들었다”며 사건에 연루된 경관을 강도 높게 규탄하는 글들이 게시되기도 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유착 정황이 현재 국회 사법개혁특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가뜩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이 불리하게 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었는데 버닝썬 사태가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말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수사권이 조정되면 (버닝썬 논란과 같은) 문제들이 철저하게 통제될 것”이라며 “(수사권이 조정되면) 경찰이 자기 책임감을 갖고 일하게 된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반면 시민들의 여론은 차갑게 식었다. 강모(25)씨는 “지금 경찰한테는 ‘견찰’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며 “시민들을 지켜줘야 할 경찰이 오히려 뒤로 수상한 일을 하며 선량한 시민들을 속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모(46)씨도 “이번에 밝혀진 것 말고도 수면 아래 얼마나 많은 비리가 있겠느냐”며 “이제 경찰을 못 믿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성현(28)씨 또한 “지금까지의 정황을 보면 경찰이 비리를 저지른 게 명백하다고 생각한다”며 “경찰공무원은 시민 중 누구보다 깨끗해야 하는 사람 아닌가”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지난 26일에는 클럽·유흥업소와 경찰 간 유착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서명 20만명을 넘겼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공동체 치안’을 명목으로 조직된 지역 협력단체를 개혁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특히 경찰발전위원회의 존폐에 대해 신중하게 고려해봐야 한다”며 “이번에 공개된 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회 명단을 보면 60% 정도가 사업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지역 유지 등 이권에 신경 쓰기 쉬운 이들보다는 경찰 행정에 진정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로 경찰 유관단체를 조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오지현·이희조기자 ohj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