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먹구름 짙어지는 반도체주

D램 가격 급락에 실적 악화 우려
반도체 출하량도 3개월째 줄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연일 하락
2분기에 회복 여부 전망도 엇갈려


반도체 업종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하락했던 반도체주를 연초 외국인의 대규모 패시브 자금이 끌어올렸지만 재고 증가와 가격 급락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실제로 지난 1월에 이어 2월에도 반도체 가격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1·4분기 반도체 기업 실적에도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상반기에 반도체 가격 하락과 실적 하향 조정 행진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3.53%, 5.02%씩 떨어진 4만5,100원, 7만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지난 25일까지 20% 넘게 오르는 등 외국인의 대형주 순매수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지만 최근 수 거래일간 맥을 못 추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2월 마지막 주에만 8% 넘게 하락했다.


이는 2월 반도체 가격 급락 소식과 함께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재점화된 탓이다. 전일 반도체 시장조사 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2월 D램 고정거래가는 개당 5.13달러(DDR4 8Gb 기준)로 전월보다 14.5% 하락했다. 올해 1월의 가격 하락률(17.24%)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낸드 가격 역시 2월 개당 4.22달러(128Gb MLC 기준)로 2014년 2월(-11.14%) 이후 5년 만에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D램·낸드 가격 모두 2개월 연속 하락한 것은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도 나쁘다는 의미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업종의 출하량도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했다. 반도체 출하량이 3개월 연속 줄어든 것은 2015년 11월~2016년 2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발표된 수치가 예상보다 부진하자 비관적인 전망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는 “올해 1·4분기 반도체 기업들의 수익이 생각보다 더 많이 감소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가격 하락 자체는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지만 하락폭이 예상보다 더 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4·4분기 메모리 재고가 급증했지만 1·4분기에도 줄어들지 않은 채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더 늘어난 재고량을 감안하면 메모리 가격의 조기 반등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며 “반도체 주가에 이미 하반기 회복 기대감이 반영된 만큼 앞으로는 얼마나 회복할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실적 추정치에 대한 하향 조정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전체 영업이익 추정치는 지난해 9월 약 65조원에서 연말 51조원대로, 다시 올 1월 38조원으로 떨어졌다. 관건은 2·4분기부터 빠른 회복이 시작될지 여부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주요 수요자들의 D램 구매가 2·4분기에도 보수적일 가능성이 높아 D램 가격 하락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다만 낸드는 가격이 바닥에 근접한데다 생산업체들도 물량을 축소해 가격 하락이 둔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 업체의 실적 하향 조정이 상반기 중으로는 끝날 것으로 내다봤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좀 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2·4분기부터 개인용컴퓨터(PC), 스마트폰의 계절적 수요 증가에 힘입은 출하 증가, 재고 감소, 가격 하락 축소 등이 예상된다”며 “무역분쟁 등의 문제가 해소된다면 전방업체들의 수요 전망치 상향 조정까지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