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가 60억원에 경매에 나온 김환기 ‘항아리’ /사진제공=서울옥션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1913~1974)의 작품 ‘항아리’가 시작가 60억 원에 경매에 오른다. 번지듯 아련하게 찍은 점만 수백, 수천 개인 작품(1972년작 ‘3-Ⅱ-72#220’)으로 약 85억원의 한국작가 경매 최고가 기록을 보유한 김환기이니 놀랄 일 아닐 수도 있지만 그의 그림을 완전 추상과 반(半)구상으로 나눠보자면 새로운 기록 도전이다.
일본 유학에서 귀국한 김환기는 유영국·장욱진 등과 ‘신사실파’를 결성했는데 이는 해방 후 조직된 최초의 추상주의 경향의 모임이었다. 대상의 형태를 단순화해 간략한 선과 색채로 표현한 김환기는 파리와 서울 등지로 활동지역을 옮기며 추상화(化)를 진행했고 1960년대 말 뉴욕에서 추상의 완결판인 전면 점화(點畵)를 이뤘다. 최근 수년간 줄줄이 47억원, 54억원, 63억원 등 연달아 경매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작품이 바로 1970년대 점화 작품들이다. 주목할 점은 ‘미술계의 삼성전자’인 김환기의 점화가 거듭 몸값을 끌어올리며 1950~60년대 작품 가격도 동반 상승 중이라는 사실이다. 지난해 3월 말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1954년작 ‘항아리와 시’가 약 39억 3,000만 원에 팔려 김환기의 반구상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했기에 이번에 ‘항아리‘가 낙찰된다면 새로운 기록이 될 전망이다. ‘항아리’는 1950년대 작품 중에는 가장 큰 가로 145㎝, 세로 88.5㎝의 작품이며 청자 빛 하늘색을 배경에 두고 매화꽃 가지가 화면 전체를 가로지르는 가운데 여유로운 학, 둥근 달과 항아리가 배치돼 김환기의 대표적 소재들이 모두 등장하는 그림이다.
서울옥션은 오는 1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강남센터에서 개최하는 올해 첫 메이저 경매에 김환기의 1957년작 ‘항아리’를 비롯한 총 117점, 낮은 추정가 총액 약 150억 원 규모의 작품을 출품한다.
시작가 30억원에 경매에 나온 ‘아미타불도’ /사진제공=서울옥션
고미술품으로 나온 ‘아미타불도’도 주목을 끈다. 정면으로 앉아 설법하는 독존(獨尊) 아미타여래가 단아한 형태로 자리잡고 붉은색·녹색·청색 등을 주조로 한 화려한 색채가 조화로운 불화로 시작가는 30억원으로 책정됐다. 선묘의 표현이 유려하면서도 힘이 있다. 서울옥션 측은 “가슴의 만자문(卍)과 삼각형 장신구, 가사의 둥근 연화 무늬 등의 구성 요소, 붉은색과 녹색 안료를 농담의 변화 없이 사용하고 그 위의 공간을 금 문양으로 가득 채우는 기법 등을 보여주는 고려 불화”라며 “현존하는 고려시대 독존의 ‘아미타불도’는 소수만이 전해질만큼 아주 귀하며, 고려 불화의 전형적인 표현 방법 을 잘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 외에도 이중섭(1916~1956)의 대표작 1점도 경매에 오른다. 지난 2016년 작가 탄생 100주년 전시에 수차례 출품된 ‘돌아오지 않는 강’으로 추정가는 3억~4억원이다. 아들과 아내 등 가족에 대한 애정을 소재로 즐겼던 이중섭이 생애 마지막에 그린 작품은 북녘에 홀로 두고 온 어머니를 담고 있다. 1956년 이중섭이 서울 정릉에서 생의 마지막 나날들을 보내고 있을 때 제작한 것으로, 종이의 앞뒷면에 모두 그림을 그린 양면화다. 희뿌연 채색을 한 앞면은 광주리를 머리에 인 어머니가 집으로 왔건만 창문에 머리를 내밀고 기다리던 아이는 잠이 든 것 같은 모습이다. 같은 배경의 뒷면은 광주리 인 어머니가 돌아오자 강아지가 반기고 창에 기댔던 아이도 살짝 몸을 일으키는 모습이다.
백자 항아리에 꽂힌 꽃으로 유명한 도상봉(1902-1977)의 작품도 2점이 출품된다. 다양한 꽃과 과일을 배치한 1971년작 ‘정물’은 추정가 2억7,000만~4억원, 1963년작 ‘꽃’은 3,000만~5,000만원에 나왔다.모든 출품작은 서울옥션 강남센터의 경매 프리뷰 전시를 통해 무료로 볼 수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