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노딜 이후]북미 '비핵화 셈법' 마이웨이...협상 동력 크게 떨어지나

트럼프 '톱다운'에 희망 걸었지만
정치적 상황따라 오히려 말 바꿔
'비핵화' 선거용 카드로 활용 모색
김정은도 핵폐기 실천의지 안보여
현실성 결여된 협상안만 내밀어
한국은 지나친 '낙관론'만 유지
"文, 北에 통큰 양보 주문을" 지적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세기의 핵 담판이 허망하게 끝난 후 남북미 3자가 구상하는 비핵화의 퍼즐이 조금씩 어긋나고 실무급 소통 또한 요원하다. 아울러 내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앞두고 미국 내 상황이 복잡해질 경우 비핵화의 동력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까지 커지고 있다.


북미 실무협상이 난항을 보이는 와중에도 ‘통 큰 합의’가 나올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이 제기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식 담판에 대한 한 가닥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되레 자국 내 정치 상황에 따라 언제든 말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 이번 회담을 통해 입증됐다. 미국 내에서 ‘트럼프 청문회’가 떠들썩하게 열리자 트럼프 대통령은 손쉽게 미국 조야의 입맛에 맞는 ‘회담 결렬’을 선택했다.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미사일 발사만 없다면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은 장기 과제로 놓아둬도 언제든 다시 끄집어낼 수 있는 선거용 카드가 된 셈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실천 의지 역시 ‘과거의 북한’에서 진일보한 것이 없다는 점이 다시금 확인됐다. 영변 핵 폐기라는 카드를 던지기는 했으나 전 세계가 주목해온 북한의 ‘핵 은폐 의혹’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해서는 어떤 방안도 논의되지 않았다. 영변 핵 폐기를 통해 핵심적인 유엔 제재를 모두 완화하려 시도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생각하는 완전한 비핵화가 사실상 ‘핵 군축’이나 ‘핵 보유국 지위 획득’이 아니냐는 의심도 더 굳어지게 만들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이번 회담 직후 “미국 측의 계산법에 나도 혼돈이 오고, 어디에 기초한 회담 계산법인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하지만 전 세계는 북한의 계산법을 오히려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회담의 성패를 떠나 북미 간 대화를 여기까지 이끌어낸 것은 분명 문재인 대통령의 공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미대화를 주선했고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는 ‘영변 핵 폐기’ 같은 북한의 비핵화 추가 옵션을 도출해냈다. 하지만 기대했던 북미회담이 완전히 어그러진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전략 역시 보다 현실적으로 수정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전제조건 없이 남북경협과 평화를 논의하는 것은 결국 ‘말의 성찬’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친문(친문재인)의 방패막이를 자처해온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최근 ‘알릴레오’를 통해 “우리 정부가 북한이 조금씩 내줘서 거래하는 시도보다 대담하게 다 던져버리는 식의 선택을 하도록 중재하면 (어떨까 한다)”라고 밝혔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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